▲ 트럼프 미 대통령과 코미 전 연방수사국 국장[EPA=연합뉴스]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대(對)시리아 공습을 결행한 명분은 '화학무기 응징'이다. 공습의 첫 타깃으로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연구시설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국 내 일각에서는 국내 정치적 노림수도 함께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시다발적인 국정 난맥상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일종의 정치적 돌파구 효과를 기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타이밍상으로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은 최고조로 치솟았다.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 정부 간 유착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 직접조사만을 남겨둔 모양새다.

특검과 별도로, 연방검찰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사무실과 자택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하면서 '트럼프 성 추문'을 수사 선상에 올렸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혼외자 루머까지 터져 나왔다.

집권여당 공화당의 '의회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48·위스콘신)은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자녀에 충실해지고 싶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총괄해야 하는 정치거물급에는 다소 어색한 이유였다. 자칫 난파선으로 전락할 수 있는 공화당 진영에서 발을 빼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회고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또 다른 타격을 가했다.

코미는 공식 출판을 앞두고 공개한 요약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마피아 두목'에 비유하면서 "타고난 거짓말쟁이", "인간적 감정이 결여된 자아의 노예"라고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는 입증된 기밀 누설자이자 거짓말쟁이"라며 "약하고 거짓말하는 역겨운 인간이고 시간이 증명했듯 형편없는 FBI 국장이었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시리아 공습이 이뤄지기 약 12시간 전 트윗에서다.

한 군사전문가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를 압박하는 진짜 이유는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코미 전 FBI 국장의 회고록"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코너에 몰린 미국 대통령이 대외 이벤트를 대내적 돌파구로 활용한 사례는 적지 않다.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스캔들'에 휘말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르윈스키의 청문회 출석 이튿날 수단과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감행한 게 대표적이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베트남 전쟁을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 이슈를 통해 대내의 관심을 분산하고, 무엇보다 텃밭 지지층을 결집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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