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필 울산대학교 IT융합학부 연구교수 전 울산대학교 고래연구소장

울산은 그야말로 고래도시다. 수천년 전 고래그림이 그려져 있는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가 있고 고래박물관에는 고래와 관련된 많은 자료와 콘텐츠가 전시돼있다. 고래생태체험관에는 살아있는 돌고래를 언제라도 볼 수 있으며 울산 앞바다에는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돌고래들의 이동 모습이 종종 보인다. 장생포에 위치하고 있는 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서는 우리나라 고래생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고래마을에는 과거 1960~70년대 장생포 고래포경산업이 피크를 이루던 마을모습을 재현해 그때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작년에 개관한 5D 입체영상관에는 귀신고래의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가상현실 속 귀신고래를 만나볼 수 있는 최첨단 고래관광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매년 5월 말께 개최되는 울산고래축제에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아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모인다. 이렇게 고래와 관련한 역사, 문화, 콘텐츠 및 생태 연구 등이 집약돼 있는 도시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물다.

고래는 원래 시력이 약해 멀리 볼 수 없는 대신에 청력이 매우 강해 초음파를 발생시킨다. 고래가 발생하는 소리의 주파수는 고래 종류에 따라 10㎐~120㎑로서 주파수 범위가 매우 넓다. 인간의 가청주파수가 20㎐~20㎑ 임을 감안하면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의 영역까지 고래는 소리를 내고 그 반사파를 듣는다. 고래는 소리를 이용해 주로 먹이를 찾거나 의사소통을 하며, 기분이 좋을 때는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위험한 물체가 근처에 있는지도 감지해 내는 우수한 청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고래소리를 상황에 따라 정확하게 분석한 자료가 현재로서는 없다. 새소리, 동물소리, 휘파람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외계인 소리 같기도 한 신비로운 고래 소리들을 자폐환자, 임산부 태교, 치매 등에 치료 목적으로 활용하는 외국사례도 있다. 고래소리를 연구하는 세계적인 연구들은 미국, 호주, 유럽, 일본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고래소리를 비롯해 해저에는 많은 종류의 다양한 소리가 발생하는데 비선형, 시변 및 짧은 지속성 등의 신호특성으로 그 해석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그러한 신호들을 측정하는데도 고비용을 지불해야 되고 지상으로 가져와 컴퓨터에서 해석하는 알고리즘 역시 수준높은 기술을 요구한다. 국가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연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울산에는 고래 관련 하드웨어가 풍부해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 샌디에고시에 있는 씨월드를 방문해 고래 쇼를 관광한 적이 있다. 돌고래, 벨루가, 범고래들이 펼치는 쇼는 세계 최고의 수준높은 볼거리와 함께 조련사와 관람객간 대화의 채널이 열려 있다. 주로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이 질문을 하는데 어린이들의 궁금증이 해소될 때까지 충분히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가상현실과 조화를 이루는 범고래 쇼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관광의 묘미를 한층 더해 주었으며, 우리의 고래관광산업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돌고래 쇼에 대한 찬반이 있지만 교육과 고래관광의 활성화 측면에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울산시내 교통중심지에 공중으로 비상하는 대형고래 조형물을 설치해 울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바로 고래도시임을 인식할 수 있었으면 한다. 다른 예로서 장생포 바닷가 가까이에 IT기술이 접목된 첨단 돌고래 해시계가 설치된다면 새로운 고래관광 아이콘이 되지 않을까를 생각해 본다. 바다 고래관광 역시 고래발견 확률을 지금보다 더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어떻게 해서라도 고래를 많이 볼 수 있도록 고래탐지 확률을 높여야 한다. 기존의 고래관광 항로에 대한 재검토, 드론과 헬리카이트 및 레이더를 활용한 먼 바다의 고래출현 정보 수집, 바다 속에 초음파 수집장치를 통한 고래소리 탐지 및 GPS를 활용한 고래 이동경로 탐지 등 여러 방법들을 연구해 볼 수 있다. 온 사회가 4차산업혁명으로 미래사회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시점에서 고래관광산업 역시 다양한 분야와 현실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가치 창출은 우리가 지향해 나가는 미래사회의 먹거리와 함께 다가오는 초연결사회의 초석이 될 것이다.

정의필 울산대학교 IT융합학부 연구교수 전 울산대학교 고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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