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나흘 만에 회사가 ‘업무 배제’ 형식으로 ‘진화’ 나서

▲ [연합뉴스TV 제공]

조현민(35) 대한항공 전무가 ‘갑질 논란’ 끝에 16일 업무에서 손을 떼게 됐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지 나흘 만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후 입장자료를 통해 “경찰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현민 전무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본사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추가로 경찰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회사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전무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광고 겸 여객마케팅 담당으로 이 분야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대기발령 조처를 했지만 “경찰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아 여전히 전무 직함과 일반이사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 때문에 2014년 ‘땅콩 회항’ 논란으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던 조 전무의 언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처럼 당장은 경영에서 손을 떼지만 나중에 다시 복귀하면 그만 아니냐는 냉소가 흘러나온다.

‘오너 일가’가 아니라면 이 정도 논란을 빚은 임원은 당연히 책임지고 회사를 떠나겠지만 조 전무는 ‘무늬만 대기발령’ 아니냐는 냉소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 파문 직후인 2014년 12월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해 칼호텔네트워크와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았다가 3년여 뒤인 지난달 29일 한진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조 전무 역시 이날 대한항공 본사 대기발령 조치에도 한진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 대표이사 부사장, 한진관광 대표이사, KAL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진에어 부사장 등의 지위에는 변함이 없다.

조 전무는 지난달 16일 광고 관련 회의에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폭언하고 물이 든 컵을 던진 사실이 이달 12일 알려지면서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 직후 조 전무는 SNS를 통해 사과했지만, 갑질에 대한 추가 폭로와 증언이 쏟아지며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조 전무는 전날 귀국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직원들에게 사과 이메일을 보내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사내외 여론은 나아지지 않았다.

대한항공 3개 노조가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고,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조 전무의 처벌을 요구하는 글이 100개 넘게 올라왔다.

이날은 정치권에서도 조 전무의 행태를 질타하며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논란을 빚은 조 전무의 행동에 대해 경찰과 검찰도 정식 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조 전무의 행동이 폭행이나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내사에 착수, 당시 현장에 있던 대한항공·광고대행사 관계자 등을 조사하며 정식 입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도 지난 13일 조 전무에 대해 특수폭행 등 혐의로 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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