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인 규제·행정절차 완화
창의적 인재육성·노사문화 개선등
첨단 제조업 육성·유치 노력 필요

▲ 김의창 동국대학교 정보경영학과 교수

다국적 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비 절감이라고 한다.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생산을 하게 된다면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본국에서 생산, 수출할 때 발생하는 관세도 아낄 수 있으며, 해외 생산기지 주변의 국가에 상품을 판매할 때도 유통비를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지면 소득이 줄어들고, 소득이 줄어들면 소비가 감소하고, 소비가 감소하면 기업의 투자와 생산이 줄어든다. 즉, 국민소득이 감소하고, 각종 세금을 납부해야 할 기업이 줄어드는 만큼 국가 수입도 줄어들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바람에 국내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대부분의 제품은 국내보다 미국,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LG그룹은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이 10배 이상 적은 베트남 하이퐁에 LG캠퍼스를 만들고 2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는 국내 공장의 생산비율이 계속 하락해 30%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생산한 자동차 중 62%가 해외에서 생산할 만큼 해외공장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1996년 아산공장 완공 이후 20년간 국내에 공장 신설을 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기간 중 미국 기업의 해외 이전으로 제조업이 감소하고,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졌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트럼프는 애플, 알파벳, 페이스북, MS, 인텔의 CEO 등을 참석시켜 반 협박(?)으로 국내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결과 많은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미국 내 투자로 계획을 변경했다.

공장의 해외 이전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도 2000년 이후 다시 국내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 30년간 국내에 공장을 지은 적이 없다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도 인건비가 동남아보다 10배쯤 높은데 일본에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Industry 4.0을 주창한 독일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R&D 센터들도 독일 산업지역에 둥지를 트고 있다. 공통점은 선진국들이 첨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일본과 독일의 주가가 급상승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다행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17년 반도체 시설 투자비용으로 각각 29조5000억원과 9조6000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연간 국내 반도체 시설 투자비용으로 최대치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계도 설비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중심의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고, 2018년과 2019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이 국내에 투자를 하자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소재를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국내에 본거지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기업이 국내에 투자해야 외국기업들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 R&D 발전에 도움이 되고, 산업연관 효과가 큰 분야가 제조업이다. 아무리 서비스 산업이 중요하다 할지라도 견고한 제조업이 있어야 꽃 피울 수 있다.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공장을 왜 해외로 이전하려고 할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의 일관성 없는 규제, 강성노조, 고임금 등을 지적한다. 기업들은 시대착오적인 규제와 복잡한 행정절차 때문에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둘째, 재벌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 될 것이다. 셋째, 원천 기술력 부족이다. 원천기술과 핵심부품 생산력을 갖지 못한 기업일수록 생산원가를 낮추려면 ‘낮은 인건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첨단 제조업체를 육성하고 국내에 유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교육정책에 따른 창의적 인재양성, 합리적인 노사문화, 기술개발 육성, 북핵문제 해결 등이 있을 것이다. 해결책은 있는데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김의창 동국대학교 정보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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