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소아성, 무가, 논새는 두강주를 권커니잣커니 하면서 거나하게 취해갔다. 술이 된 소아성은 해우소에 간다며 나간 뒤에 종무소식이었다.

무가는 논새에게 잔을 따르며 물었다.

“이름이 왜 논새지? 논에 사는 새란 뜻인가?”

“주각의 주모가 제가 논에서 사는 두루미처럼 생겼다고 논새라고 지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잘 노는 새라는 뜻으로 논새라고 하옵니다.”

“허어, 주각에서는 잘 노는 새가 으뜸이지. 그럼, 오늘밤 우리 잘 놀아보세.”

무가는 잔을 단숨에 들이켜며 말했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논새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미인계는 그 계책이 알려지면 미인계가 아니라 유흥이 된다. 유흥을 즐긴 뒤 여자를 칼로 베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논새가 벽에 세워 논 다섯 줄 쟁을 내리며 말했다.

“장군님, 여름밤이 깁니다. 천천히 드세요. 제가 오늘 장군님을 위해서 노래 한 곡을 준비했습니다.”

“그래, 좋은 술에 노래가 빠질 수 없지.”

논새가 타는 쟁은 고구려에서 온 악기로 활로 연주하는 탄쟁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뜯는 추쟁이었다. 논새는 하늘하늘한 연남색 치마를 걷어 올리고 길고 허연 허벅지 위에 쟁을 올렸다. 왼손으로 줄을 누르고 오른손으로 줄을 낚아채며 고개를 까딱이며 쟁을 뜯는데 그 모습이 풍윤하고 요염했다. 누를 때마다 탄력 있는 허벅지에서 소리가 튕겨 나오고 연둣빛 저고리가 들썩일 때 가녀린 반허리가 살짝살짝 드러났다.

‘정녕, 어여쁜지고. 고두쇠가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내가 넘어갈 뻔 했다.’

논새가 탄주하며 부르는 곡은 무가에게 익숙한 ‘공무도하가’를 변용한 노래였다.

사랑하는 임이여,

그 강을 건너지 말래도

그예 그 강을 건너시렵니까

강 너머 화려한 술집이 있다지요

강 너머 어여쁜 여자가 있다지요

사랑하는 임이여,

삼간초가 조강지처를 버리시고

그예 그 강을 건너시는가요

나 홀로 어찌 살라하고 그 큰 강을 건너시렵니까

사랑하는 임이여

멀고 먼 고조선 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공무도하가는 구슬프면서도 애절한 노래였다. 그러나 논새가 가슴츠레한 속눈썹을 올려 장군을 바라보며 애잔하게 부르니 장군의 큰 가슴으로 덤썩 안아주고 싶을 정도 애틋하고 귀여웠다.

 

우리말 어원연구

노래. 【S】noriya(노리야), 【E】song. ‘노래하다’는 ‘nrihida’(느리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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