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외반증

▲ 이승하 울산시티병원 정형외과 전문의가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사람의 발은 일생 동안 지구를 세바퀴 돈다고 한다. 물론 건강한 발이 전제일 것이다. 발에 생기는 여러가지 질환 중 엄지발가락에 발생하는 가장 흔한 질병이 무지외반증이다. 과거 중국의 역사에는 전족이라고 하는 발의 기형을 일부러 만들기도 했지만, 발의 기형은 미용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기능의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엄지발가락 발 안쪽으로 휘면서
걸을때 통증·심할경우 탈구까지
사춘기 무지외반증 유전영향 커
발 성장 끝난뒤 수술하는게 좋아
경증엔 편한 신발·교정도구 도움
변형 심하고 호전 안되면 수술을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심하게 휘어지며 안쪽으로 회전해 첫째 중족 족지 관절이 안쪽으로 돌출된 변형이 일어나는 것을 무지외반증이라 한다. 장기간 서있거나 걸어 다닐 때 신발과 마찰을 일으켜 통증이나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건강한 발 관리를 위해 무지외반증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이승하 울산시티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와 알아보았다.

◇엄지발가락 휘어지며 통증 유발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점차 휘어지는 진행형 질환으로 본다. 제 1중족골과 근위 지골의 장축이 이루는 각을 무지 외반각이라 하는데, 정상은 15도 이내다. 이 두 뼈가 만나 이루는 각이 커질수록 변형이 심해지는 것을 의미하며 보통 20도 이하를 경증, 20~40도를 중등도, 40도 이상을 중증이라고 정의한다.

엄지발가락이 심하게 휠수록 발가락이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기능이 약화된다. 이는 엄지 발가락으로 가는 체중이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발가락으로 전달돼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겨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과 겹치거나 관절이 탈구될 수도 있다.

무지외반증은 어떤 원인에 의해 엄지발가락 뿌리 부분 관절 주위의 인대와 힘줄 사이의 불균형이 초래돼 발생한다. 일단 변형이 시작되면 불균형도 점차 심화된다. 볼이 좁은 신에 의한 반복적인 외상, 굽이 높은 신의 착용 등은 엄지발가락의 안측 돌출부를 자극해 통증을 유발한다.

무지외반증의 원인은 신발뿐만 아니라 유전 원인과 평발, 전신 인대 이완증, 신경근육성 질환, 아킬레스 건 구축, 체중 증가, 제 1중족 설상 관절의 과운동성, 류마티스 관절염 등 다양한 질병이 꼽힌다. 특히 유전적 원인 즉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약 58~88%까지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으며, 주로 모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승하 정형외과 전문의는 “어린 나이에 변형이 발견되는 사춘기 무지외반증의 경우에는 가족력과 연관있다”며 “관절 자체의 통증이나 중족골 통증을 호소하기 보다는 외관상의 문제로 병원을 찾게 되며, 평발과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 무지외반증 수술 전

◇보조기·교정도구로 진행 늦출 수 있어

무지외반증이 있다고 반드시 수술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변형을 악화시키는 굽이 높고, 앞이 뾰족한 신발을 피하고, 발의 돌출 부위를 자극하지 않는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중요하다.

경증의 무지외반증은 볼이 넓은 편한 신발을 착용해 동통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신발 안에 교정 도구 혹은 중족골 패드를 착용해 증상을 완화시키면 좋다. 또 엄지발가락과 두 번째 발가락 사이를 벌려주는 보조기 등을 통해 변형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전문의는 “이러한 수단을 이용해 변형이 교정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되고, 변형지연을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사춘기에 발생된 무지외반증은 성인에서 흔히 발생하는 것과는 다르게 본다. 수술적 치료의 결과도 성인에 비해 양호하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기에는 되도록 자극을 최소화하는 보존적인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으며, 수술은 발의 성장이 완료된 이후에 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수술적 치료는 변형이 악화되거나 보존적인 수단으로 통증이 호전되지 않을 때 선택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동통이나 변형이 심한 중등도 이상의 변형의 경우, 또는 보존적 치료에도 신발을 신기 어려울 정도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라면 수술적 치료의 대상이 된다.

▲ 수술 후 변화 모습.

◇굽 높거나 폭이 좁은 신발 피해야

수술은 우선 주된 증상과 직업, 운동 수준, 수술 후 기대 정도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무지외반증의 수술 방법은 매우 다양한데, 돌출된 관절의 관절면이 얼마나 잘 맞물려 있는지와 방사선 검사상 측정한 각 변형의 정도, 의사의 선호하는 방법 등에 따라 결정한다. 통상 수술 후 2~3일 정도 지나 통증이 사라지면 특수 신발을 이용해 보행이 가능하며 수술 후 2주째 실밥을 제거한다.

직업의 종류와 수술 방법, 술전 변형의 정도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약 4~6주에 보조기 없이 보행이 가능하다. 수술 이후 2~3개월이 지나면 평소에 신고 다녔던 신발을 신을 수 있으나, 하이힐이나 폭이 좁은 신발은 신을 수 있더라도 피하는 것이 좋다.

무지외반증 수술 후 합병증으로는 충분한 교정이 이루어지지 못해 재발하는 경우, 과교정으로 인한 무지 내반증, 절골술 후 발생한 불유합 및 부정유합 등이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 수술 후 조기에 엄지발가락으로 체중을 싣거나, 폭이 좁은 신발을 신으면 재발 위험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전문의는 “무지외반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발의 앞볼이 넓고 조이지 않는 운동화를 신거나 하이힐 등 불편한 신발을 신어야 할 경우 슬리퍼를 준비하여 자주 갈아 신는 것이 좋다”며 “또 5㎝ 이하 굽의 신발을 신거나 높은 신발을 2시간 이상 신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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