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수주가뭄 극심...중국·동남아 저가공세까지

▲ 올 들어 해양플랜트 수주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사업이 잇단 수주 실패에 따른 일감 고갈로 존폐 위기에 몰렸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야드 전경.

해양플랜트 수주가뭄 극심
중국·동남아 저가공세까지
41개월째 수주 한건도 못해
7월 마지막 공사물량 출항
향후 최소 1년반 도크 비어

극심한 수주가뭄으로 일감이 고갈된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가 오는 7월 마지막 공사물량이 출항하면 최소 1년반 이상 도크가 텅 비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사업이 존폐위기에 내몰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찾은 울산 동구 방어동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야드는 한때 이곳이 세계 해양플랜트시장을 호령했던 생산기지였나 싶을 만큼 썰렁했다. 플랜트 자재 일부가 적재돼 있는 것 외에는 야드는 거의 텅 비어있었고, 작업현장은 생기를 잃은지 오래돼 보였다.

현재 이 곳은 7월 출항을 앞두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나스르 해상플랫폼 공사건 외에는 작업 물량이 하나도 없다. 이마저도 완료하게 되면 야드는 완전 텅 비게 되는 것이다. 최근 몇 년새 조선업계에 불어닥친 극심한 해양플랜트의 수주가뭄에 따른 일감고갈이 현실화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수주가뭄속에 얼마 안되는 물량마저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저가 공세로 수주에 실패하면서 해양플랜트사업 자체가 존폐 기로에 서 있다는데 있다.

외신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큰 기대를 걸고 입찰에 뛰어들었던 글로벌 석유회사 BP의 대규모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수주에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BP사의 이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모리타니와 세네갈에 위치한 토르투 가스전 투입을 위해 추진한 원유 생산설비(FPSO)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FLNG) 등 모두 4기의 해양플랜트 설비를 발주하는 것으로 총 사업금액이 무려 58억달러(약 6조5900억원)에 이르고, 이 중 해양플랜트 사업규모만 약 20억달러(2조2610억원)다.

현대중공업은 BP사의 공사수주에 사활을 걸고 임했으나 이 프로젝트는 프랑스 테크닙FMC와 중국 코스코 컨소시엄의 수주가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테크닙FMC·코스코 컨소시엄은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로열더치셸이 발주한 멕시코만 비토 FPU(부유식 원유생산설비)와 스타토일이 발주한 요한 카스트버그 FPSO 하부설비는 싱가포르 셈코프가 잇달아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들은 당초 한국 조선사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는데, 셈코프는 동남아시아의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국내 업체들을 따돌리고 낙찰받았다.

이처럼 중국과 싱가포르 등 신흥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함께 선진국들의 자국 발주 움직임도 국내 조선업체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인 스타토일은 최근 요한카스트버그 FPSO의 상부설비 제작업체로 자국의 크배너를 선정한데 이어, 요한 스베드럽 2단계 원유생산 플랫폼 제작은 노르웨이의 아이벨과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일감 확보가 급한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엎친데 덮친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4년 11월 이후 41개월째 해양플랜트 수주가 끊기면서 41개월째 수주 ‘0’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는 설계에 긴 시간이 걸리는 특성상 수주후 제작까지 1~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현대중공업이 올 하반기에 신규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1년 반 이상 해양플랜트 일감이 전혀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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