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라인 검찰간부 6∼7명도 감찰 이첩…대검서 조사 이어갈 듯
‘최인호 잘 봐 달라’ 지청장 기소 안 해…감찰 결과만 보고
검찰 “계좌추적 등 계속될 것”

▲ 법정 출석하는 최인호 변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이 ‘비행장 소음 피해 배상’ 소송을 전문으로 맡아온 최인호(57) 변호사의 전방위 로비 의혹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채 수사를 일단락지었다.

검찰은 최 변호사 등에게 수사 정보를 넘겨준 혐의 등을 받는 평검사 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하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 고위층과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한 최 변호사의 로비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고검 특별수사팀은 18일 부산지검 서부지청 추모(36) 검사, 춘천지검 최모(46) 검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무상 기밀누설 및 공용서류 손상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추 검사는 서울서부지검에 근무 중이던 2014년 과거 직속상관이던 김모 지청장으로부터 ‘최인호 변호사를 잘 봐 달라’는 요청을 받고 최 변호사에게 연예기획사 대표 조모(40)씨의 구치소 접견 녹음 파일 등 수사 자료를 넘긴 혐의를 받는다.

당시 최 변호사는 동업하다가 갈등이 생기자 조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서울서부지검은 조씨를 구속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그러나 최 변호사와 유착 의혹이 제기된 김 지청장은 기소하지 않았다. 돈이나 향응을 받았다는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소인의 사정을 잘 헤아려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것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다만 검찰은 김 지청장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더라도 그의 행동이 부적절한 면이 있다고 보고 감찰 결과를 대검찰청에 보고했다.

추 검사와 함께 기소된 최 검사도 수사 정보 유출 혐의를 받는다.

2016년 서울남부지검에서 최 변호사가 연루된 의혹을 받는 코스닥 상장사 홈캐스트의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중 사건 관련자인 주식 브로커 조모씨에게 홈캐스트 투자자 인적사항, 금융거래 현황 등을 유출하고, 이후 조씨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유출 서류를 빼돌려 파쇄하게 한 혐의가 최 검사의 공소사실이다.

아울러 특별수사팀은 추 검사, 최 검사의 범죄 혐의와 관련해 김 지청장을 제외하고도 당시 서울서부지검과 서울남부지검 지휘 선상에 있던 6∼7명의 현직 검사들을 상대로도 감찰 조사를 벌였다.

특별수사팀은 이들에게도 단순한 지휘 감독 책임에서부터 형사적 책임에 이를 수 있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조사 내용을 대검찰청에 넘겼다. 대검에 통보된 이들 중에는 검찰 고위급 간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별수사팀은 이들 검사가 김 지청장처럼 최 변호사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으며 ‘봐주기 수사’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 특별수사팀은 과거 최 변호사가 ‘봐주기식 수사’를 받았다거나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의 실체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2015년 이후 공군비행장 소음 집단 소송 승소금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그의 고소로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조 대표가 최 변호사의 횡령과 탈세 의혹을 검찰에 제보했고, 서울서부지검은 2015년 최 변호사를 상대로 횡령 및 탈세 의혹 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후 사건은 관할 문제를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됐다. 최 변호사는 불구속 수사를 받다가 2017년 1월에야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보상금 142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최 변호사가 불구속 수사를 받았고, 함께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 조세포탈 혐의도 적용되지 않은 채 기소되면서 수사 고비마다 최 변호사의 불법 로비 영향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진정이 검찰에 꾸준히 제기됐다.

여기에 금품 로비·검사 인사 청탁 등 정황이 담긴 최 변호사의 육성 녹음파일이 있다는 점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로비 의혹은 증폭됐다.

이에 대검은 작년 11월 서울고검 감찰부를 중심으로 재수사팀을 꾸리도록 했다. 검사 10명이 투입된 새 수사팀은 전면적인 재수사 끝에 지난 최 변호사를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서울고검 특별수사팀은 관련 수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의 로비 의혹에 대한 최종적인 진상 규명은 향후 대검 차원의 결정을 거쳐 계좌추적 등 추가 수사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별수사팀은 “(최인호) 변호사의 금품 로비 의혹 및 관련 법조비리는 사용된 96개의 차명계좌 및 관련 자금 약 85억원을 추적해 왔으나 그 자료가 방대해 서울고검 감찰부에서 계속 진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아 현재까지 수사 결과와 함께 이를 대검찰청에 이관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서도 서울고검에서 계속 진행하는 것이 적정치 않은 부분이 있어 현재까지 수사 내용과 함께 대검찰청에 이관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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