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잠재 장애인’
더불어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인식변화·정책 개선 뒤따라야

▲ 이기원 울산경제진흥원장

“새해에는 손가락 한 마디라도 좀 움직일 수 있다면…” 도대체 무슨 말일까? 우리가 매일 일어나서부터 잘 때까지 손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데 무슨 말인가? 비장애인이 바로 알아들을 수 없는 이 말은 어느 구족화가가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 답한 말이다. 비장애인이 매일 온갖 일을 하는데 사용하는 손을 그 구족화가는 손가락 한 마디도 움직일 수 없고, 요즘 봄이 되어 온갖 꽃들로 아름답게 물든 산과 들을 시각 장애인들은 볼 수 없는 것이다.

내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높이기 위해 매년 4월20일을 장애인의 날로 하며…’라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우리는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정부는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하고 있는지 시민들도 가끔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 나라의 복지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복지가 사회구성원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데 있어 불리한 위치에 있거나 취약한 계층에게 도움을 주는 사회적 활동이라 한다면 장애인은 이러한 사회복지 활동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임에는 분명하다 할 것이다. 다행히 한국의 장애인 복지수준이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이 급속히 변화되어 가는 장애인의 사회적·경제적 삶의 환경 개선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정책에 대해 몇 가지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정책 관계자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언젠가 “장애가 권리냐?”라고 하면서 장애인 관련 예산 반영에 소극적인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만약 자기 가족이 장애인이라도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일부 정치인들은 장애인이 소수니까 정책적 고려에서 후순위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과연 그럴까? 2016년 현재 장애인 수는 251만1000명(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서 전체 인구에 대한 비율은 4.9%인데, 이 비율만 보면 안된다. 숫자상으로도 장애인의 부모, 형제, 자녀까지 합하면 계산이 달라질 것이다. 정부는 금년부터 2022년까지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형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비롯해서 장애인 권리보장과 편의 증진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이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인식을 정책 관계자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이다.

다음은,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지난 해 9월, 한 장의 사진과 동영상이 언론과 유튜브에 떠 돌았다. ‘무릎 꿇은 엄마’. 서울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토론회에서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제발 학교를 짓게 해 달라”고 장애인 엄마가 호소하는 장면이었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선천적 장애인보다 후천적 장애인이 훨씬 더 많다(88.9%, 보건복지부, 2014년)는 것을. 다시 말해 필자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언제 장애인이 될지 모르는 소위 ‘잠재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신이나 자녀가 장애인일 경우에도 특수학교 신설을 반대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장애인과 그 가족은 재활과 자립을 위한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하고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은 어디까지나 지원에 불과하고 정작 필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와 노력일 것이다.

최근 평창에서 개최된 페럴림픽에서 우리는 많은 ‘운명을 개척한 인간 승리’의 모습들을 봤다. 그렇게까지 다 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함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은 당사자의 몫일 것이다.

이기원 울산경제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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