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개년 반부패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선거철이 되면 우후죽순 개최되는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이 계획안에 포함됐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국회가 주관해서 정치자금의 관리 범위 확대를 검토하고 정보공개 확대를 추진한다는 것이 정부가 밝힌 계획이다. 국회가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출판기념회가 어떻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애초의 취지는 정치인이 책을 통해 소신과 철학을 밝힌다는 것이지만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책값으로 수천~수억원을 거둬들이는 ‘부패의 온상’이 돼버린지 오래다. 현행 공직선거법(103조)은 출판물의 금액한도나 모금액, 횟수 등에 대한 규제가 없다. 특히 모금액에 대한 영수증 처리나 내역 공개도 필요하지 않다. 출판기념회 개최 시기만 총선 전 90일로 규제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상 아무런 제약 없는 후원금 모금 창구인 셈이다.

세간의 문인들 사이에서 자주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상호부조의 성격을 갖는다. 때문에 경조사의 부조금과 비슷한 금액을 내고 저자에게 축하를 보내는 의식을 갖고는 함께 식사를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완전 다른 양상이다. 저자나 하객이나 한결같이 책의 내용에는 관심이 없다. 홍보와 모금을 함께 하는 꿩먹고 알먹는 기회일 뿐이다. 선거를 앞둔 시점일 때는 세과시의 효과까지 거둔다. 많은 정치인들이 이같은 1석3조의 효과에 현혹돼서 양심을 살짝 팔아치우기 십상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수년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의원들이 하고 있는 출판기념회는 분명히 정치자금법 위반이고 탈세”라고 밝힌 적도 있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를 금지하거나 책값이상의 금액을 받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지는 오래다. 입법이 추진된 적도 있다. 문제는 국회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책 정가를 초과하는 돈을 받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담긴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의원들이 외면해서 폐기되고 말았다.

‘5개년 반부패종합계획’을 통해 이번엔 과연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를 손볼 수 있을까. 엄격해진 정치자금법에서 유일한 숨구멍이 출판기념회라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이 과연 스스로 숨구멍을 조이려 할까.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의 순위는 지난해 180개국 가운데 세계 51위다. 정부는 올해 40위권, 2022년 20위권을 목표로 한다. 정치인의 청렴지수가 높아지면 목표달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의 강력한 의지 표출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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