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의 위기를 맞은 현대重그룹이

구조조정 놓고 노사 양극단 달려

전열 재정비해 공멸만은 막아야

▲ 김창식 경제부장
글로벌 조선1위 현대중공업그룹이 위치한 울산 동구 미포만은 무에서 유를 창출한 ‘한국 경제기적’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창업자인 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황량한 백사장 사진 한 장과 거북선 그림이 있는 500원짜리 지폐 한장으로 영국 은행과 그리스 선주측을 설득해 차관을 빌려와 72년 3월 조선소를 지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국내외의 반대와 우려, 1·2차 석유파동을 거치면서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1985년 세계 조선 1위에 우뚝섰다.

현대중공업의 성장세에 밀려 조선업의 강자 스웨덴의 코쿰스사는 극심한 수주가뭄에 경영난으로 1986년 문을 닫았고, 이 회사의 핵심설비인 높이 128m 500t 무게의 대형 크레인은 단돈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매각됐다. 이 크레인이 울산으로 출항하던 날 시민들은 부두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말뫼의 눈물’은 조선업 위기로 말뫼의 30여년 풍요에 종말을 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승전고를 울렸던 현대중공업을 위시한 한국 조선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조선업황 침체로 선박 건조·발주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에 조선 1위 자리를 내준 한국은 이제 말뫼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조선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울산과 경남 마산, 거제 등 조선도시들은 ‘말뫼의 눈물’을 경험하고 있다.

한때 세계 조선 8위사로 세계 최초로 육상에서 배를 짓는 방식을 성공시킨 성동조선해양은 경영위기로 지난 3월 초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여파로 관계사인 마산의 40년 향토기업 성동산업 마산조선소의 대형 골리앗 크레인은 결국 2016년 말 헐값에 루마니아에 매각돼 ‘마산의 눈물’이 됐다.

2010년 세계 최대 도크와 골리앗 크레인 시설을 갖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개소로 ‘서해안 조선시대’를 열어제친 군산의 영화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한번에 400대의 자동차를 들어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춰 군산의 명물이 된 이 회사의 골리앗 크레인(1650t)은 지난해 7월 조선소 폐쇄로 점점 고철이 돼가고 있다.

한국의 조선메카 울산도 글로벌 조선1위 현대중공업이 수년째 극심한 수주절벽·일감절벽에 이은 경영위기로 휘청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2010년 사상최대인 3조4394억원에서 2014년 영업손실­3조2495억원의 ‘사상최악’으로 주저앉았다. 텅 비어있던 도크를 꽉 채우려면 충분한 일감이 필요한데 ‘저임금’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국과 동남아 국가의 저가공세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지난 2014년 11월 이후 41개월째 해양플랜트 수주가 끊겼다. 41개월째 수주 ‘0’를 기록중이다. 오는 7월 마지막 공사 물량이 출항하면 최소 1년반 이상 플랜트사업부 도크가 텅 비게 되는 상황을 맞게된다.

일감이 부족해 3000여명의 유휴 인력이 발생하자 현대중공업은 2500명 규모의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2015년과 2016년에도 희망퇴직을 통해 3500여명을 감원한 바 있다. 이에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하라면서 ‘쟁의행위’를 결의하고 조만간 파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부자도시 울산에 부와 명예를 가져다준 조선 사업장은 ‘구조조정’을 놓고 단선 철로에서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더 큰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창업자의 열정과 개척정신이 서려있는 사업장이 ‘공멸의 절벽’을 향해 달려 가서는 결코 안된다. 고통분담은 노사 모두의 몫이다. 회사는 존립해야 하고, 노동자의 고용은 보장되어야 한다. 현대중공업號가 다시 전열을 재정비해 대항해의 뱃고동을 울릴 수 있을까. 선택지는 노동자들의 앞에 놓여있다.

김창식 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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