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울산의 축제를 다시 제안한다 - 이정현의 열정. 365

▲ 이정현 서울뮤직위크 감독 영남대(예술행정학)강사

모두 만족시킬 축제 없지만
대상 차별화로 전략 세우면
삶의질 높일 축제 탄생시켜

최근 대형서점을 방문해 본 사람들은 예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에 신선함을 느꼈을 것이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앉아서 편하게 책을 읽고 커피를 즐기며 다양한 팬시와 문구류, 오디오 기기와 음반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사실 일본의 츠타야(Tsutaya)서점 대표 마쓰다 무네아키와 그의 기획을 재빨리 실행한 다케오 시립도서관에서 비롯됐다. 예전 서점은 정원사진집을 사야할 때 원예 코너에 가야할 지, 사진 코너로 가야할 지 애매했다. 이는 1928년 일본에서 시작돼 우리나라의 도서관과 서점에 고착된 십진법 분류때문이었다. 새로운 발상과 빠른 실천력을 추구하는 츠타야 서점이 이를 과감하게 버린 것이다.

츠타야 서점과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여행, 음식과 요리, 인문과 문학, 디자인과 건축, 아트, 자동차 식으로 장르별로 책을 분류한다. 특히 컨시어지(직원이자 제안자)로 불리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대응하도록 했다. 방문객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스페인여행을 준비하는 고객은 스페인 요리, 영화, 와인, 후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와 피카소의 도록, 레알 마드리드나 FC 바르셀로나의 티셔츠, 플라멩코 음악과 춤에 관한 책이나 DVD까지 제안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마쓰다 무네아키의 생각과 의도는 사실 매우 쉽고 단순하다. 그는 매장의 ‘매’를 ‘팔다’는 뜻의 매(賣)가 아니라 ‘구입하다’라는 매(買)로 바꾸었다.

즉, 고객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한 것이다. 츠타야 서점이 1600여개 매장을 거느리며 독보적 지위를 차지한 것도, 인구 5만 도시의 다케오 시립도서관에 연간 100만명이 방문하는 것도, 모두 여기에서 시작됐다. 모든 답은 고객들이 오가며 머무는 현장에 있다. 책상에 앉아서는 고객의 요구를 알 수도 없고 고객을 위한 어떠한 새로운 것도 나올 수 없다. 기획의 가치는 곧 고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상품(여러 아이템의 축제)이 넘쳐나고 플랫폼(각기 다른 개최 도시나 장소) 역시 과잉인 요즘의 축제는 그야말로 경쟁과 생존에 직면해 있다. 티켓을 팔아서 스스로 생존해야하는 민간영역 몇몇 페스티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축제들이 이런 문제인식이나 고객을 위한 가치실현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듯 하다. 왜, 무엇을, 어떻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한 자세와 준비는 물론이고 츠타야 서점과 다케오 시립도서관처럼 축제를 찾는 고객들의 요구와 만족감을 충족시킬 새로운 제안이 없거나 무관심하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결하다. 먼저 이것을 전제로 하자. 연령, 성별, 계급 등 모두를 만족시키는 축제는 세상에 없다. 그렇기에 공적예산이 투입되는 축제의 목적과 고객 타깃을 분명히 하는 일부터 해보자. 축제를 왜 하는지, 주요 고객 대상을 누구로 삼을 것인지를 전제로 한 다음 무엇(프로그램 또는 콘텐츠)을 할 것인지, 누가 제안자(예술감독과 전문 스태프)가 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지는 다른 축제들과 프로그램 또는 콘텐츠(상품), 장소(플랫폼)의 차별성이 있어야하고, 이것들이 충족되면 앞서 언급한 스페인 여행책 코너와 유사한 과정으로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순서로 가야한다.

또한 고객 타깃이 일반시민이거나 불특정 다수의 외지 관객인 축제이거나, 꽃피는 봄날의 태화강변, 시원한 여름날의 해변이라고 할 지라도 굳이 축제장까지 찾아 온 관객들이 축제가 열리는 짧은 기간이나마 고객으로서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해야 하고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최소한의 무엇이 제공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정현 서울뮤직위크 감독 영남대(예술행정학)강사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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