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홍 사회부 기자

어렸을 적 공설운동장에 부모님 손을 잡고 프로축구를 보러간 적이 있다. 골키퍼인 김병지가 ‘꽁지머리’를 휘날리며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넣으며 환호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공설운동장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프로축구의 인기가 대단했었다. 현재도 울산을 연고로 하는 울산현대는 예전 공설운동장에 이어 문수축구경기장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축구팬들은 문수축구경기장을 ‘빅 크라운’이나 ‘호랑이굴’같은 애칭으로 부른다. 빅 크라운은 지난 2002년 한 중학생이 문수구장을 산책하다가 밤에 조명이 밝혀진 문수축구경기장을 보고 신라왕관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울산시의 애칭 공모에 제안했고 당선이 됐다.

하지만 요즘에는 문수축구경기장에 가면 유독 빈 자리가 눈에 많이 띄어 아쉽다. 지난 5년간 울산현대의 평균 관중은 8000여명. FC서울이 1만8000여명으로 가장 많고, 전북현대도 평균 관중이 1만6000여명이나 된다. 전주를 연고로 하는 전북은 인구가 65만으로 울산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관중수는 오히려 두 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현재 울산 연고의 프로구단은 연고도 없는 프로야구보다도 관심이 저조한 게 현실이다. 구단의 경기력 등 여러가지가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지자체의 스포츠산업 활성화에 대한 의지 부족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자체의 의지만 있으면 개정 ‘스포츠산업 진흥법’에 따라 관련 조례를 제정, 주사용 경기장의 장기임대나 관중 친화적인 곳이 될 수 있도록 투자와 보수를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조례를 만들어 프로구단에 예산을 지원해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울산을 연고로 하는 구단들이 지역에 관심을 갖고 활성화될수 있도록 동기부여 정도는 해야 하는게 타당하지 않을까?

조례 제정을 통해 당장은 경기장 활용에 따른 지자체의 세수 등 이익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장기 임대에 따른 경기장 시설 개선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봤을 땐 지자체에 돌아가는 이익이 훨씬 클 것으로 본다. 프로스포츠 구단을 가지지 못한 지자체가 왜 어느 종목이든 유치를 하려고 하는지, 지자체의 도움이 없어 연고지를 이전하는 사례가 왜 발생하는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울산은 현대미포조선 축구팀을 통해 이미 겪어봤다.

정세홍 사회부 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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