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종 울산 동구청 건설도시국장

회귀는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돌아감을 뜻한다. 한 개인의 인생은, 아니 어쩌면 이 우주의 삼라만상 모두가 회귀의 근본 원리에 순응하지 않나 생각된다. 울산의 태화강에는 3종의 회귀 어종이 있다. 4월에는 황어가, 9월에는 은어가, 10월에는 연어가 바다에서 일생을 살다가 자기가 태어난 이 곳 태화강으로 돌아와 알을 산란하고 생을 마감한다. 그 알은 다시 부화해 어미가 그랬듯이 먼 바다로 향해 멋진 일생을 기대하며 힘껏 헤엄쳐 나간다.

1960년대 초 울산이 중앙정부의 공업입국 정책에 의거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돼 공업도시로 발전하면서 태화강의 수질이 3~4급수로 오염됐다. 이후 하수처리장 건설, 우·오수 분리처리, 하상준설사업 등으로 1~2급수로 개선된 이후인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생태계 현상이다. 필자의 삶도 회귀하는 물고기와 비슷한 사이클을 돌고 있는 듯하다. 공직에 입문한지 어언 40년. 올해 6월말 퇴직을 앞두고 있으니 정확히 40년10일이라는 긴 세월을 공직자라는 삶에 청춘을 보냈다. 1978년 6월20일 경남 고성군청에 첫 발령을 받아 근무하다 군복무를 마치고 1985년 이곳 울산시로 전입 와서 동구 방어동과 당시 방어진출장소에서 약 2년간 근무한 뒤 시청으로 전입, 중구와 남구청에서 일부 근무한 기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울산시청에서 근무했다. 30여년이라는 긴 세월만에 2017년 1월 다시 울산 공직생활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이곳 동구청으로 회귀해 건설도시국장이라는 직을 받고 근무하다 퇴직을 앞두고 있다.

돌이켜보면 정말 긴 시간을 돌아 이곳 동구청에서 나의 공직을 마감하게 돼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곳에서 낳아 기른 아들이 벌써 33세의 청년이 되어 장가를 들고 나 또한 청년, 장년 세월을 오롯이 울산에서 생활했으니 울산은 아니, 방어진은 나의 고향이고 삶의 전부라 할 수 있다. 6월이면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의원 등 선량들이 주권자인 주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다. 민주주의, 지방자치제도, 모두 좋은 제도이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도 장단점은 있기 마련이다. 인류의 삶이 시작됐다고 하는 선사시대부터 사회가 형성되고 단체 생활에서 모두가 평등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규정과 규율, 제도와 통제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시·구의원들의 행정처리 방향, 법규와 규정에 따라 행정을 집행해야 하는 직업공무원이 주민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과 행정집행의 방향은 동일하지만 방법론에는 약간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광역의회, 기초의회는 주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이다. 지방의회는 초기에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시작했다가 전문성 제고와 의정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 유급제로 전환됐다. 주민을 대신해 지방행정과 재정의 감시와 주민복리 증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의 문제, 지방의회의 정당공천폐지론과 무용론 등 지방 4대선거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지방자치제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요즘은 인생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남은 생이 20년이 될지 30년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공조직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오랜 세월 갇혀 있었던 탓인지 퇴직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두렵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설레기도 하다. 40년간의 긴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또 다시 내가 처음 태어나 생활하던 사회로 두 번째 회귀를 하고자 한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공직을 떠나면서, 아쉬움과 미련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동료, 선·후배들과 소중한 인연과 추억을 가슴에 묻고 다시 나에게 주어진 인생 제2막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숨 가쁘게 올라 온 언덕에서 잠시 쉬며 시원한 소슬바람에 땀을 식히고, 그동안 누리기 어려웠던 마음의 여유도 찾으려고 한다.

그동안 쉼표 없이 달려오면서 내 젊음과 열정을 다 바친 조직을 어느 날 갑자기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기뻤던 일과 때로는 가슴 아팠던 사연들, 아쉬움과 그리움 등 여러 감정들을 이제 다 내려놓고 나는 회귀하고자 한다.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끝내 태어난 곳을 찾아 회귀하는 태화강의 연어처럼 신비로운 그 자연현상과도 같이 회귀하고자 한다. 내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곳으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지막 장면의 여주인공 비비안 리의 독백을 생각하며 “공직이여 안녕!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박기종 울산 동구청 건설도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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