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헌데 논새 너는 왜 나를 죽이려 했느냐?”

무가는 칼을 들고 서서 말했다.

“소녀는 우리 가문의 별인 명림원지를 뇌옥에 가둔 장군님을 원망했습니다. 당숙인 명림원지의 소개로 혼사를 앞두고 있었던 저는 당숙이 역적이 되는 바람에 파혼이 되고 주각에 기녀로 팔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장군님에 대한 원망이 제 가슴에 한으로 맺혀 있었습니다. 또한 저의 재주로는 엄정하신 장군님을 미인계로 유혹할 길이 없다고 생각해 감히 독살할 삿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왜 다시 마음을 바꾼 것인가?”

“비록 저희 가문은 몰락했으나 장군님은 사물국 모든 백성들의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당숙과 소아성에게 독살할 뜻도 비쳤으나 장군님은 사물성의 유일한 희망이니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역모를 일으키려는 자들마저도 장군님만은 존경하고 있었고, 소녀도 장군님을 뵈면, 원한 살의가 일어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동안 서리서리 쌓였던 한이 봄눈 녹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마음을 바꿔 마시려던 독잔을 뿌리친 것입니다.”

논새의 호수 같은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 맺혀 있다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무가는 칼을 도로 칼집에 집어넣고 앉았으나 논새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는 않았다.

“이번 역모는 옥중의 명림원지가 수괴이고 소아성과 사병들, 그리고 하지 일당이 그 종범들이다. 그밖에 연루된 자가 누구인지 아는 대로 말하렸다.”

“소녀는 잘 알지 못하옵고 검바람재에서 산적 일당들이 급히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검바람재에서 산적 일당이? 누구로부터 들었느냐?”

“저에게 미인계 지령을 전달한 텁석부리입니다.”

“음, 검바람재 산적이라면 고구려군에게 쫓겨서 그곳에 소굴을 틀고 있는 구투야 일당이 틀림없다. 명림원지 이 놈이 멀리 비화가야 검바람재의 산적까지 손을 뻗쳤구나.”

하지만 논새의 말이 사실이라면 명림원지는 대단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바깥과 완전히 차단된 동굴 옥중에 앉아서 소아주의 장조카 소아성을 움직이고 멀리 비화가야 검바람재의 구투야까지 동원하고 미녀 논새를 자신에게 보내어 미인계까지 구사할 정도라면 대단한 놈을 넘어 무서운 놈이다. 아예 이놈을 5년 전에 제거해버려 후환을 없애야 했다. 소아주가 정변의 일등공신이라며 목숨만은 살려주자고 해 뇌옥에 가두었던 게 나의 실책이다. 그 간악한 머리를 옥중에서도 굴려 대역모를 꾸미고 있으니 이번에는 확실하게 확실하게 놈을 제거해 소아주 정권을 튼튼하게 다져야 한다.’

무가가 엎드려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논새에게 말했다.

“지금은 너를 베지 않겠다. 너와 명림원지가 사는 길을 가르쳐주겠다. 일단 텁석부리에게 미인계가 성공해 잠시 사물성을 떠나 비토섬에 놀러갔다고 알려라. 그리고 너와 나는 오늘밤 소아성을 잡으러 간다. 알겠느냐?”

 

우리말 어원연구

별. 【S】viric(비릭), 【E】star. 불교 범어로 ‘sutaraka’라고도 한다. star, stella의 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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