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검찰수사 코앞인데도 버텨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면서 무상제공하기로 한 옵션을 총 공사비에 은근슬쩍 중복 포함시킨 현대건설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사실상 조합원들을 우롱한 사기행위라는 것이다. 특히 현대건설이 국토교통부의 수사의뢰로 사정당국의 수사가 임박한 상황에서도 원가공개에 나서지 않으면서 이 같은 의혹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재건축 사업에 대한 정밀 실태조사를 벌여온 국토부와 서울시는 현대건설이 지난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시공권을 수주하면서 가구당 이사비 지원과 특화계획 등 5026억원어치의 옵션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조합원들과 약속했지만 결국 이를 모두 총 공사비(2조6363억원)에 중복 포함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건설업계를 놀라게 한 파격 조건으로 초호화 명품 아파트로 짓겠다며 조합원들의 환심을 사 수주를 따낸 현대건설의 성공비결이 사실상 무상제공을 유상제공으로 둔갑시킨 꼼수였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무상특화 비용은 당시 GS건설이 제시한 2957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상식선에서 불가능한 수주 조건이 아니냐는 말들이 잇따른 바 있다. 현대건설은 경쟁업체 GS건설의 공사비 원가 공개 요구도 거부했다.

현대건설 측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무상을 유상으로 둔갑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제로는 3조1000억원어치의 가치를 갖는 상품을 원가 절감 등을 통해 2조6363억원에 해주겠다고 한 것이라는 반박이다. 하지만 왜 순공사비와 특화 내역을 별도로 기재하라는 규정을 어기고 총액으로 계산했는지에 대한 물음표는 꼬리를 물고 있다. 

서울시의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은 ‘특화’에 대해 ‘조합이 작성한 원안설계 외에 건설사가 무상제공할 항목으로서 입찰금액과 구분하여 품목의 수량, 금액 등을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뒤통수’를 맞은 조합원들의 불만도 커지는 모습이다. 한 조합원은 “무상이라고 해놓고 유상으로 한다면 사기를 친 것과 다름없는 것 아니냐”며 “지난해 수주할 때는 정수현 사장과 임원들이 나서서 최고의 아파트를 짓겠다고 해놓고 이런 식으로 조합원을 속이면 안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일부 조합원들은 시공자 선정 무효소송을 제기해 현대건설의 시공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향후 추가 부담금이라도 발생할 경우는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소지도 크다는 관측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최종 결론은 검찰 조사에서 나올 전망이지만 현대건설이 업계 상식을 벗어난 무리한 수주로 재건축 공사를 따냈지만 결국 부메랑이 돼 뒤탈이 났다는 지적은 끊이질 않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에서 제시한 조건은 당시 우리가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며 “현대건설이 오해라는데 현대건설의 주장이 맞다면 오히려 남는 것 없는 공사로 현대건설의 재무리스크만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포 재건축 수주는 현대건설에게 두고두고 아픈 손가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뉴스부 배정환 기자 karion79@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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