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단장·감독·코치 줄징계는 이례적
'고의성' 아닌 '위험한 행동' 결론 낸 양의지 징계도 논란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사인 훔치기' 논란을 일으킨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된서리를 맞았다.

    KBO 상벌위원회는 19일 상대팀 포수의 구종별 사인을 종이에 적어 더그아웃 통로 벽에 붙인 LG 구단에 벌금 2천만원과 양상문 단장에게 엄중 경고, 류중일 감독은 1천만원, 1·3루 코치는 각각 100만원씩 부과했다.

    한 가지 사안으로 인해 구단과 단장, 감독, 코치가 줄줄이 징계를 받는 것은 빈볼과 벤치 클리어링 같은 사건이 아니면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서는 "징계 수위가 생각보다 높다"는 평이지만 KBO 상벌위는 류중일 감독에 대한 출장금지마저 논의하다가 벌금 징계로 갈음했다고 한다.

    KBO 관계자는 이번 징계에 대해 "프로야구에서 처음 발생한 사건이고 추후 재발을 방지하는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벌금과 징계 범위가 적당하냐이다.

    KBO 리그규정 '벌칙 내규'에 명시된 가장 심한 징계는 ▲심판이나 상대 선수를 폭행할 경우 '벌금 500만원 이하와 30경기 출장금지 이하' ▲ 정보통신망을 통해 리그 관계자를 비방 내지 모욕할 때 '벌금 500만원 이하와 출장금지' 등이다.

    벌금만 따지면 LG 구단은 '벌칙 내규'에 명시된 최고액의 6배가 넘는 3천2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번 LG 구단 징계에 인용된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 조항에는 '필요시 제재할 수 있다'고만 명시됐다.

    프로야구에서 2천만원 이상 벌금을 받은 사례는 앞서 3차례 있었지만 모두 영구제명도 가능한 승부조작과 도핑 적발이었다.

    KBO는 지난 12일에도 상벌위를 열어 투수가 던진 공을 피해 심판에게 해를 가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은 두산 포수 양의지에 대해 벌금 300만원과 유소년 봉사활동 80시간을 부과했다.

    하지만 당시 상벌위 결정은 다소 논란이 일었다.

    양의지 징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빈볼과 마찬가지로 고의성 여부였다.

    그동안 그라운드에서 숱하게 발생했던 '빈볼' 역시 KBO 상벌위는 고의성 여부를 '야구인의 눈'으로 판단해 중징계나 경징계를 결정했다.

    그러나 KBO는 양의지 징계 결과에 대해 "고의성 여부를 떠나 '위험한 행동'에 대한 경고"라고 어정쩡한 발표를 했다.

    양의지 징계 결과에 논란이 일자 KBO 상벌위가 이번에는 강경 입장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야구장 안팎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에 대해 사안별로 명확한 징계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KBO가 '제재할 수 있다'는 막연한 규정보다는 좀 더 세밀한 양형기준을 만들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만 '고무줄 징계'라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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