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있다는 핑계로 자주 못뵙는 어머니
오월연휴 때면 그나마 곁을 보살펴드려
어머니생각에 마음은 벌써 고향집으로

▲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서비스안전센터장

지난 달 하순 어머니의 생신에 본의 아니게 찾아뵙지를 못했다. 일도 바쁜데 굳이 내려올 필요가 없다는 어머니의 말씀 때문이 아니라 ‘형님은 다음에 오시라’는 부산 동생의 간곡한 귀띔 때문이었다. 사연인즉슨 막내 동생이 울산 출장길에 부부가 미리 내려오고 부산과 포항에 사는 아들과 며느리들이 자리를 함께하니 어버이날에나 내려오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아마도 온 식구가 모였다가 한꺼번에 떠날 때 마다 외로움이 크셨나보다.

설날과 추석에도 차례만 모시면 처가나 친정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세태이니 홀로 남는 노인들의 마음이 오죽할까. 그래서 우리 형제들은 나름 역할을 분담해서 번갈아 찾아뵙고 있는데 나는 멀리 있어 자주 찾아뵙지 못하다보니 항상 연휴 마지막 날 까지 남아 ‘머슴과 식모’ 일을 도맡는 입장이지만 막상 상경할 때는 마음이 편치 못하고 늘 송구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더욱 오월이 기다려지는지도 모른다.

지난해에는 은행·도라지 청을 드시고 감기나 기침을 안 하셨다는 자랑이시다. 두 병을 보내드리려 하다가 우선 한 병을 보내드렸다. 보관상 유효기간도 감안해야겠지만 내심 수시로 찾아뵙고 시절에 맞는 것들을 챙겨드려야겠다는 다짐에서이다. 한번은 산양산삼을 보내드렸는데 힘이 나신다며 더운 날 밭일을 과하게 하셔서 온 식구들이 크게 걱정을 한 일도 있었다. 형제들 모임에서 형수가 노인들은 보약을 많이 드리면 돌아가실 때 힘들게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옛말을 농담 삼아 하셨는데 아마도 어머님께서도 들으신 모양이다. 그날이후 냉장고 깊숙한 곳에 삼을 감추어 두시던 모습이 뇌리에 남아 아직도 안쓰럽기 짝이 없다.

지난 설에는 그동안 몸이 편찮으셔서 세배를 사양하셨던 관례를 깨고 아들과 손자, 손녀, 며느리들에게 오늘은 모두 세배를 하라시며 세뱃돈을 듬뿍듬뿍 주시고는 의미심장한 말씀을 덧붙이셨다. 내가 올 해까지만 살고 그만 살겠다는 말씀이셨다. 순간 멍한 생각과 함께 ‘연세가 높으시면 명을 안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떠올랐지만 더 오래 사셔야 된다는 말씀을 드리며 어색한 분위기를 수습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생신에는 전과는 달리 외식을 하자시며 유명한 언양불고기와 육회를 아주 맛있게 드셨다는데 한편으로는 지난 설날 하신 말씀이 마음에 걸려 애써 아니기를 빌면서 두 손을 모아 본다.

해마다 오월이 되면 어머니 생각에 눈앞이 흐려지고 가까이에서 모시지 못하는 죄스러움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진다. 굳이 ‘부모은중경’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하늘과도 같은 부모님의 은혜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드리며 늘 부드러운 말로 위로해 드리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식과 잠자리로 보살펴 드리는 가운데 즐겁게 말상대를 해 드림으로써 노년의 쓸쓸함을 덜어드리는 자식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늘 마음은 어머니 곁에 가있지만 자식들만 생각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에 어찌 비기랴.

정부에서 올해부터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다가 보류하였다는 소식이 다소 서운하지만 오월 초 연휴기간 동안 어떻게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나는 얼굴만 봐도 좋다’시던 말씀이 떠올라 다시 콧등이 시큰해지면서 마음은 벌써 어머님 곁으로 달려가고 있다.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서비스안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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