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환 사회부 기자

‘국립산재모(母)병원’ 건립사업이 결국 지방선거의 도구로 전락한 모양새다. 기획재정부가 빌미를 제공했다. 제17·18대 정부의 대선공약인 ‘산재모병원’과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인 ‘혁신형 공공병원’을 두고 기재부가 중심을 잡지 못한 탓이다. 기재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년만에 마무리 지은 산재모병원의 예타결과를 3개월째 손에만 쥐고 있다. 울산시의 결과 발표 촉구에 “‘산재모병원’과 ‘혁신형 공공병원’에 대한 개념이 정립안됐다”는 답변만 늘어 놓고 있다고 한다. 산재모병원 예타조사에만 신경쓰면 될 터인데, 대통령 공약이라는 것 빼고는 아무런 형체도 없는 혁신형 공공병원을 운운하는 것 자체로 기재부의 논리가 비상식적으로 보인다. 기재부가 정권의 눈치를 살피며 산재모병원을 6·13 지방선거용으로 쓰려 한다는 지역 일각의 의혹이 수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지역에선 ‘경우의 수’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가령 ‘산재모병원이 지금 예타를 통과하면 자유한국당인 현 시장의 공적이 된다. 반대이면, 현 시장에는 책임론이 불가피하다. 기재부에 건네진 예타보고서가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왔으면, 결과발표를 선거 뒤로 미룰 것이고,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지방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발표해 현 시장에게는 타격을 줘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혁신형 공공병원’의 현실화를 공약으로 들고 나온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내용이다. ‘기재부가 역점사업을 가지고 선거에 개입한다’는 등 온갖 추측성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기재부가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하튼 울산시민의 숙원사업인 산재모병원이 지방선거의 정치적 제물이 됐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기재부는 경제정책과 예산 및 세제 등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기재부가 바로 서야 우리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요한 기관이다. ‘중구삭금’이란 말이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온다. ‘뭇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는 뜻으로 여론의 힘이 크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기재부는 산재모병원 건립을 간절히 바라는 지역사회의 여론을 가벼이 여기지 않길 바란다. 기재부는 막바지에 오른 산재모병원의 예타 결과를 가감없이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

최창환 사회부 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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