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춘 울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지난 4월17일자 경상일보에 실린 권오형 변호사의 ‘경찰청장의 수사권을 둘러싼 시비에 대한 단상’이란 제하의 기고문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먼저 기고문 내용을 살펴보면 사법경찰관리의 범위에 대한 규정인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의 근거를 내세워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는 치안감 이상의 전국 경찰청장은 사법경찰관리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만약 개별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수사지휘를 한다면, 이는 사법경찰관에게 주어진 수사권을 내부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되어 직권남용의 위법한 행위가 될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볼 수밖에 없겠다’는 논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기고문 주장대로라면 목하 진행중인 경찰수사의 책임자인 전국의 지방경찰청장들은 하루아침에 범죄가 진행중인 현행범이 되어 버린다. 나아가 지금까지 밤잠을 설쳐가며 범인 검거에 피땀을 흘려 온 전국의 수많은 경찰관들은 상사의 권한 남용에 따라 의무없는 일을 해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와 같이 어이없는 결론의 근거라고 주장하는 형사소송법 제196조는 수사에 관한 검사의 지휘개념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를 지방경찰청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척하는 근거로까지 확대 해석하는 것은 명백한 논리의 비약이다.

경찰관의 직무인 범죄수사에 대한 근거 법령은 형사소송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찰의 기본 조직 및 직무범위 등을 규정한 기본법은 경찰법이다. 기고문에는 형사소송법만 언급되어 있을 뿐, 경찰법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촉견폐일(蜀犬吠日)’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옛날 촉나라는 산이 높고 늘 안개가 짙어 해를 보기가 어려워 개들이 해를 보면 이상히 여겨 짖었다는 의미인데, 이는 세상 물정을 모르고 식견이 좁아서 예삿일을 보고도 크게 놀람에 빗대어 사용된다. 기고문에서 주장하는 논지는 촉견폐일과 다를 바 없다.

정부조직법의 기본원리에 따라 경찰 조직 운영 및 지휘에 대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경찰법에 근거하는 것이 타당하다. 검찰도 조직 내부의 수사지휘에 대해서는 조직 기본법인 검찰청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현행 경찰법 상 범죄의 수사는 모든 경찰관의 직무이며 모든 경찰관은 상관의 지휘·감독을 받아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경찰청장의 수사에 관한 지휘·감독권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경찰법에는 지방청장은 경찰수사를 관장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특히 구체적인 사건수사와 관련된 상관의 위법·부당한 지휘·감독에 대한 이의제기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은 지방청장의 구체적인 사건수사와 관련한 지휘·감독권의 행사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치안감 이상의 경찰관이 경찰법에 근거하여 구체적 사건수사와 관련된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은 이론이 있을 수 없는 상식에 해당하는 일이다.

박정춘 울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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