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소아주는 하지왕과 우사, 모추를 포박한 채 무릎 꿇리고 망나니 춤을 감상하고 있었다. 망나니는 구름 같이 모인 군중들에게 볼거리를 주고 사형수들의 혼을 빼기 위해 과장된 몸짓으로 칼춤을 추고 있었다. 망나니가 칼을 휘두르며 뜀뛰기를 할 때마다 둘러싼 남녀노소들은 찬탄과 탄식의 소리를 내었다.

망나니가 입에 품은 물을 칼날에 내뿜고 하지왕의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추다 갑자기 ‘얍!’하며 하지왕의 목을 쳤다. 모두들 ‘앗!’ 하며 비명같은 소리를 내는데 망나니의 칼끝이 정확하게 하지왕의 목등에 멈췄다. 하지왕의 목덜미와 등줄기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하지왕은 눈을 감은 채 생각했다.

‘아, 소아성과 구투야의 구원군은 오고 있는가. 소아주는 태산처럼 앉아 있고 도수들과 군사들은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데 나를 구원하러 오는 자는 한 명도 보이지 않고 있구나. 명림원지의 말은 정녕 허풍이었단 말인가.’

망나니는 우사와 모추의 곁에 가서도 벨 듯 말 듯 위험한 칼춤을 계속 추었다.

이윽고 사물성 병권을 쥔 축지 무가 장군이 병사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소아주가 말을 달리며 오는 무가에게 말했다.

“무가, 왜 이리 늦었느냐?”

무가는 소아주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읍을 했다.

“무가, 이리 가까이 오너라.”

관료 축지가 왕에게 달려와 말했다.

“이번 역모에 가담한 소아성을 잡고 사병들을 제압하느라 좀 늦었답니다. 무가는 성문 쪽에서 올지도 모르는 역도들을 잡기 위해 남쪽에 진을 치겠답니다.”

“조카의 역모는 사실이라더냐?”

“그러하다 하옵니다.”

“에잇, 배은망덕한 놈! 다음에 목을 벨 놈은 소아성 그놈이다.”

소아주는 대좌에서 일어나 큰소리로 말했다.

“무가를 기다리느라 망나니 춤이 너무 길었다. 이제 대역죄인들의 목을 베어라!”

“예잇!”

망나니가 볼거리로 보여주던 과장된 몸짓의 칼춤을 멈추고 칼을 높이 쳐들었다.

그 순간 갑자기 사방에서 ‘와!’ 함성이 들리며 화살이 날아오르고 창검이 난무했다. 사물국의 병사들이 바람에 짚단 쓰러지듯이 퍽퍽 쓰러졌다.

군중들 속에 숨은 구투야의 녹림당들이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둥그렇게 진을 치고 있던 사물국의 병사와 도수들이 일시에 무너졌다.

소아주는 화살이 자기에게도 날아오자 놀라 피하며 무가를 소리쳐 불렀다.

“무가 장군! 빨리 와서 나를 호위하라!”

무가가 말을 달리며 소아주 곁으로 갔다.

소아주가 무가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아니, 너는 소아성이 아니냐.”

 

우리말 어원연구

소리. 【S】svri(스브리), 【E】sound. 사투리 ‘씨브리다’에 원형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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