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 개발 미끼 사기혐의

음독후 병원 치료중 도주

모텔서 제초제 마시고 숨져

실형 선고 직후 법정에서 음독을 시도했던 60대 남성이 치료 중 병원을 벗어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2일 울산지법과 중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11시께 중구의 한 모텔에서 A(61)씨가 제초제를 마시고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A씨는 산업단지 개발을 미끼로 피해자에게 1억1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10일 울산지법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직후 A씨는 몸에 지니고 있던 농약을 마셨고, 인근 병원에서 위세척 후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A씨는 12일 상태가 호전돼 일반병실로 옮겨진 후 13일 산책 중에 병원을 벗어났고, 이튿날 중구의 한 모텔에 투숙한 뒤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치료 중이던 A씨가 큰 어려움 없이 병원을 벗어난 것을 두고 검찰이 관리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불구속 상태였던 A씨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명령했지만 A씨가 음독 후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구속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

검찰은 선고일 오후 A씨를 구속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지만 상태가 위중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법원에 영장 집행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법원은 10일간 거주를 병원으로 한정하는 내용의 구속집행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후 검찰은 병원과 공조를 통해 A씨의 상태를 파악했고, 도주를 확인한 뒤 구속집행정지를 취소하고 수배명령을 내렸다.

법원과 검찰은 “구속영장이 집행되지 않은 피고인의 구속집행을 정지할 경우 당사자의 신분은 불구속 상태”라며 “그런 신분의 피고인 동향을 24시간 감시할 권한이나 책임은 어떤 기관에도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차례 음독을 시도해 추가 음독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데다, 상태도 호전됐던 만큼 A씨에 대한 적극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한 법조 관계자는 “흔치는 않지만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도주하는 피고인이 가끔 있다. 신분이 불구속 상태로 전환되는 만큼 이를 관리 소홀로 볼 수는 없다”라면서도 “구속집행정지를 신중히 결정하고 이후 면밀히 상태를 파악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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