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내골·마우나오션리조트등 급경사·급커브 위험구간

설치 높이·침봉간격 제각각...안전기준 밑돌아 사고위험

▲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배내고개에 설치된 일부구간의 가드레일이 최저 60~100㎝라는 안전 기준치에 밑도는 50㎝를 겨우 넘기고 있다. 김동수기자
심한 경사와 굴곡 심한 선형으로 추락사고 위험이 높은 도로에 설치된 가드레일의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드레일은 운전자와 탑승객의 추락을 방지하는 최후의 보루인 만큼 전수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찾은 울산 울주군 상북면 국가지방지원도 69호선은 주말을 맞아 배내골을 찾았던 시민들의 귀가 차량으로 붐볐다. 석남사와 배내골을 연결하는 이 도로는 급경사와 심한 굴곡으로 추락에 따른 대형 사고의 위험이 높은 곳이다.

이 도로에서는 지난 15일 체험학습을 마친 학원생 20여명을 태운 승합차량이 산비탈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운전자가 중앙선을 가로질러 산비탈 쪽으로 차량을 운전한 덕분에 계곡으로 추락하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특히 해당 도로는 배후에 울산시학생교육원과 배내청소년수련원, 각종 민간 수련시설 등이 산재해 청소년의 방문이 잦은 곳이다. 지난해 시학생교육원을 찾은 학생만 38개 학교 7843명에 달하며, 배내수련원 등을 합치면 1만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청소년을 태운 버스 통행이 잦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구간에 설치된 가드레일은 높이가 제각각이고 설치 등급도 파악되지 않아 안전성이 크게 떨어졌다.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르면 가드레일의 높이는 60㎝~1m 이내여야 하는데 일부 구간에서는 기준치를 밑도는 곳이 발견돼, 차고가 높은 버스 등이 부딪힐 경우 제구실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가드레일을 지탱할 철제 침봉의 간격도 제각각이었다. 2m 단위로 촘촘하게 설치된 지점이 있는가 하면 4m 단위로 설치된 곳도 있어 설치 기준이 모호했다.

가드레일은 국토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라 설치 기준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도로를 관리하는 울산시종합건설본부는 현재 적용 중인 등급이 어떤 것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울산의 또 다른 위험 도로로 꼽히는 마우나오션리조트 인근 매곡로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가드레일은 차량의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먼 쪽의 철판을 아래에 덧대 연결하는 구조로 설치된다. 충돌시 먼 쪽의 철판이 튀어 올라와 차량을 덮치지 않도록 고려한 것으로, 해당 도로의 가드레일 역시 규정대로 설치됐다.

그러나 이 도로는 맞은편 차선에서 고속으로 내려오는 차량을 위해 덧대는 방향을 반대로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드레일을 따라 저속으로 올라가는 차량의 경우 부딪히더라도 가드레일이 파손될 우려가 적은 반면, 맞은편 차선에서 주행하던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충돌할 경우 튀어나온 가드레일이 차량을 관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영웅 울산교통문화시민연대 회장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사고 후 땜질처방만 한다면 대형사고를 막지 못할 것”이라며 “위험 구간에 설치된 가드레일의 규격과 제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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