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준 드높일 파급력 큰 축제
정부·지자체의 지원·자율성 보장
지역민 적극적 관심과 참여 필요

▲ 홍종오 영화감독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지회장

영화진흥위원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000여개의 크고 작은 영화제가 개최되고 그 가운데 국제영화제는 400여개에 이르고 있다. 영화를 만들 여력이 있는 나라라면 영화제 한 두개 정도는 개최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공인 세계 3대 영화제로는 베니스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칸영화제가 있다. 베니스국제영화제(VIFF)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 섬에서 매년 열리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로 칸영화제의 개최 동기가 되기도 했다. 1932년 가장 오래된 국제 미술전인 베네치아 비엔날레 제18회 때 영화제로 시작되었다.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강수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베니스 영화제는 한국영화와 인연이 깊다.

칸 영화제(Festival de Cannes)는 1932년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부의 개입으로 정치색을 강화했던 ‘베니스 영화제’에 대항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아 1946년 프랑스 남부 칸에서 정식으로 개최되었다. 칸영화제의 로고 역시 베니스영화제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심볼 또한 베니스의 사자와 마찬가지로 칸을 상징하는 종려나무 잎사귀로 디자인되었다. 오늘날 칸영화제는 국제영화제 중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베를린 국제 영화제(BIFF)는 1951년 동서화합을 기치로 당시 분단 상태에 있던 독일의 통일을 기원하는 영화제로, 제2차 세계대전 전 예술의 도시로 번영했던 베를린이 서유럽의 거점이며, 동유럽 쪽에 서방측의 예술 문화를 어필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로 시작되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에서 가장 비평가 위주의 예술작품 발굴을 중시하는 영화제로 꼽힌다.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특별은곰상을 수상했다.

부산국제영화제(PIFF)는 1985년 영화시장 개방으로 국내시장의 70% 이상을 해외직배 및 수입영화가 차지하자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영화산업 존폐의 관건이 달린 만큼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국제영화제 개최를 당위로 여기는 분위기였고 그러한 절박함으로 1996년 2월13일 ‘(사)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의 창립총회가 개최됐으며, 김동호 집행위원장 체재, 총 17억원의 예산으로 출범했다. 그 후 1997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 2001년 광주국제영화제, 2016년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차례로 개최됐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트렌토 국제영화제, 벤프 산악영화제와 더불어 세계3대 국제산악영화제를 목표로 2016년 네팔, 파키스탄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로 열렸다. 지난달 캐나다 밴프에서 열린 ‘국제산악영화협회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정회원 가입을 승인받는 성과를 이뤄냈고, 지난해 260편에서 128편이 늘어난 42개국 388편이 최종 접수됐으며 ‘산악’이라는 차별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고르게 출품이 증가하고 있어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국내외 인지도를 꾸준히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국제영화제 개최는 모두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관계 속에 시작됐다 할 수 있다. 영화제가 시작되려면 일단 지방자치단체나 국가의 보조가 절대적이며, 또한 그 지역의 문화예술 수준을 올릴 수 있는 행사로서 영화제는 파급력이 큰 축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차후로도 그 영화제가 성장하려면 정부나 지자체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얼마나 보장해주느냐가 관건이다. 부산, 전주와 달리 광주국제영화제가 실패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부산·전주국제영화제의 성공 중심에는 “세계 어디를 봐도 유례를 찾을 수 없다”는 개최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계기관의 지원속에 전국의 영화팬들까지 흡수하는 성과를 낳은 결과라고 평가 된다. 이제 배창호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는 (사)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울산시민의 자부심으로, 시민 모두의 축제로, 나아가 전 세계인의 축제로 성공하길 바라며 울산 출신으로, 영화인의 한사람으로서 필자도 노력하겠다.

홍종오 영화감독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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