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무가로 변복했던 소아성이 투구를 벗고 소아주에게 칼을 겨누며 말했다.

“숙부, 이제는 폭군 노릇을 그만하고 한기 직에서 내려오시죠.”

“네 이놈, 내가 목숨이 가여워서 살려주었건만 네 놈이 감히 나를 배신하고 반란을 일으키다니!”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이 자리는 원래 저의 아버지 것인데 아버지를 죽이고 찬탈한 자리이지 않습니까?”

“네 아버지야말로 나보다 더한 폭군이었다.”

소아주는 병사들에게 포박당하며 소리쳤다.

절두터 전투는 한 시진도 안 돼 끝이 났다. 사물성 병사들은 소아주가 잡히고 그들의 대장인 무가 장군마저 보이지 않자 전의를 상실하고 항복했다.

사물국을 접수한 소아성의 병사들이 ‘소아성 만세!’를 외치자 군중들도 ‘소아성 만세!’를 외쳤다. 그동안 소아주의 황음무도한 폭정에 시달린 백성들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새로운 군주 소아성에게 받아들인 것이다.

이윽고 군중들은 ‘폭군 소아주를 죽여라!’고 소리쳤다.

“소아성 만세!”

“소아주를 죽여라!”

소아성은 명림원지의 계책대로 이 절두터에서 하지왕 대신 소아주의 목을 베어 장대에 걸기로 했다.

소아성은 망나니에게 말했다.

“대가야의 하지왕은 풀어주고 폭군 소아주의 목을 베도록 하라!”

“알겠사옵니다.”

망나니는 회자수 칼을 받들고 새롭게 바뀐 군주의 명을 받들었다. 창대수염이 난 망나니는 키가 구척장신으로 사형수의 목을 열 경 이상 베어본 노련한 기술자였다. 망나니는 기술직에다 영혼이 없는 자로 오직 군주의 명만 받들 뿐이었다.

사형 직전에 풀려난 하지왕이 소아성에게 말했다.

“소아성 한기, 목숨을 살려주어 고맙습니다. 또한 사물국의 새 주군이 된 걸 감축드리오. 하지만 넓은 아량으로 소아주의 목숨은 살려주시오.”

소아성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안 되오. 숙부는 나의 아버지를 죽이고 정권을 찬탈해 백성을 도탄에 빠뜨린 자요. 반드시 목을 베어 정의가 살아 있음을 만 백성에게 보여야 합니다.”

하지왕이 간곡하게 말했다.

“복수는 복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소아주를 죽이면 또 그 아들이 복수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그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란 말이오? 부처님의 자비를 보여주시오.”

하지왕은 자기도 모르게 부처님의 자비를 이야기했다. 옥중의 명림원지가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룬 전륜성왕 부처님이야말로 모든 군주가 따라야 할 전범’이라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말 어원연구

넓다. 【S】nriva(느리바), 【E】wide. ‘ㄹ’과 ‘ㅂ’이 축약되어 받침 ‘ㄹㅂ’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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