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조 단체교섭 청구에

법원, 교섭대상 아니라며 기각

현대중공업은 사내 하청지회의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은 전국금속노조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청구의 소를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1월 “현대중공업이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근로조건 등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에 해당한다”라며 “단체교섭 청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라고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청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제3자로서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 노동 3권을 침해하는 사실적인 지배·개입행위를 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로 볼 수는 없다”라며 “사내 하청업체의 독자성 및 독립성, 업무 지시권의 실질적인 행사 주체, 임금체계에 대한 지배·결정 여부 등을 살펴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내 하청업체의 독자성·독립성에 대해 “현대중공업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 하청업체들은 독립적으로 자본과 설비,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별도의 급여체계 등도 갖추고 있다”라며 “사내 하청업체들은 현대중공업의 생산계획을 바탕으로 필요한 인력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근로자의 채용 여부 등을 자체 결정하는 등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업무 지시권의 실질적 행사 주체에 대해서는 “사내 하청업체들은 구체적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을 편성하고 현장 대리인을 상주시켜 소속 근로자의 업무 수행을 지휘·감독한다”라며 “인사 관리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업무 진행 현황 역시 직접 관리하는 등 업무 지시권을 보유·행사하고 있다”라고 판단했다.

임금체계에 대한 지배·결정 여부와 관련해서는 “현대중공업과 사내 하청업체 사이의 도급 계약은 사전에 약정된 도급대금을 기성고에 따라 지급하는 물량도급의 성격에 가깝다”라며 “현대중공업이 근로자들의 임금체계에 대해서까지 지배·결정권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이 실질적인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단체교섭 청구에 응할 의무도 없다”라고 청구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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