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는 태화강정원박람회에 대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지난 22일 내놓았다. 자화자찬이기는 하지만 박람회가 열린 9일간 방문객이 55만명으로 집계됐다니 관람객 동원면에서는 성공적이라 할만하다. 유달리 늦게 찾아온 봄날, 따사로운 햇볕 아래 꽃잔치를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것도 접근성이 뛰어난 태화강변에서 처음으로 열린 정원박람회라는데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다. 널리 광고를 한 덕택인지 외지에서 일부러 찾아온 방문객도 많았다. 특히 정원학회와 산림청 관계자 등 전문가들의 관심을 끈 것도 소득의 하나다. 태화강의 국가정원 지정을 위해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는 무난히 달성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24일 울산환경운동연합이 내놓은 모니터링 조사결과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지난 15일과 21일 325명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정원박람회가 21억원(예산 투입)의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62%가 가치가 없거나 가치에 미치지 못하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관람료를 받아도 재방문하겠다는 비율은 3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절반 이상의 관람객들이 좋지 못한 평가를 했다는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외지 방문객들의 평가가 혹평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방문객 가운데 외지인은 20%에 달했다. 평상시 울산의 관광객 숫자로 미뤄 적지 않은 비중이다. 그런데 이들 외지인들은 “서울이나 순천에서 보아온 정원박람회와는 규모와 수준면에서 비교가 안된다”면서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순천만은 6개월간 계속됐고 관람인원도 500만명에 달했다.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니지만 ‘정원박람회’라는 거창한 명칭으로 인해 기대감을 키웠던 것이 문제다. 울산사람들이야 한나절 봄기운을 만끽한 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었겠으나 2~3시간 차를 타고 이동해온 외지인들에게 보여주기에는 솔직히 민망한 수준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번 정원박람회에서 보여준 67점의 정원이 태화강이 가진 정체성에 부합하느냐의 문제도 따져볼 일이다. “태화강에 없는 무지개송어나 낙동강에서 건너온 강준치를 태화강 대표어종으로 상징하는 등 생태개념과 문화개념에서 한계와 오류를 만들어냈다”는 환경운동연합의 지적은 차치하더라도 일반 가정집 정원 꾸미기의 모델을 제시한 듯한 작품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전시회가 태화강의 가치를 높여주었을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한 때의 이벤트가 아니라 “태화강이 갖고 있는 생태자산을 최대한 생태적으로 회복·발전시켜 생태성의 완전 회복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환경운동연합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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