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의 동력이었던 장시간근로
근로환경 변화로 이젠 극복할 과제
제조현장 혁신으로 경쟁력 높여야

▲ 우명수 LG하우시스 울산주재임원(상무)

지난 2월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 7월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변경되어 시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괄목상대한 성장을 해오고 있지만 근무패턴에 있어서는 선진국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OECD 국가 중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이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긴 2069시간으로 OECD 38개국 평균 1764시간보다 305시간 많았다. 하루 8시간 기준으로 OECD 평균보다 연간 38일을 더 일한 것이 된다. 반면 노동생산성(노동자 1인이 단위시간 동안 산출하는 부가가치)은 평균 33.1$/Hr으로 OECD 평균 47.1$/Hr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즉, 한국의 높은 성장이 낮은 노동생산성을 장시간 근로를 통해 보완,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대와 세대는 변하고 있다. 2018년 경제 키워드로 ‘워라벨(Work-Life Balance)’이라는 용어가 등장했고, 이를 중시하는 밀레니엄 세대가 사회의 중심이 되는 시점에서 이전과 동일하게 장시간 근로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 세대에 적합한 근무패턴 변화를 통해 Work Style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럼 근로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시간 단축 및 근무패턴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서 각 부문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불필요한 일을 축소·제거해 핵심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업무ERRC(Eliminate, Reduce, Raise, Create), 업무특성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무관리직이나 연구개발직의 경우는 근무하는 시간보다는 몰입의 정도가 얼마인지에 따라 생산성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에 이런 변화는 긍정적으로 보여진다.

제조부문의 경우엔 다른 사업군보다 변화에 대한 고민이 가중된 상황이다. 근무시간 축소는 곧 생산량의 감소를 의미하기에 동일한 근무패턴으로는 기존 생산량을 충족시키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래서 근무교대 방식을 변경하거나 성수기 물량을 맞추기 위해 예년보다 한달 앞서 가동하는 등 제조 사업장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결국은 근본적인 개선, 즉 제조현장의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제조현장의 혁신을 위해서는 제품 생산속도 향상, 불필요한 공가동 요인 제거, 공정단축, 설비성능 개선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리고 시야를 넓히면 눈앞에 도래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과 같은 제조지능화도 훌륭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에 대한 인식이다. 생산공정의 불합리한 구조 및 애로사항들을 철저히 분석해 다양한 해법들 중 가장 적합한 것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 제조 사업장에서 취해야 할 최우선적 행동이라 생각한다. 향후 근로시간의 축소와 제조 생산성 향상을 병행할 수 있는 사업장과 그렇지 못한 사업장의 경쟁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큰 차이로 나타날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원동력 중 하나인 장시간 근로는 이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넘어서야 할 과제로 직면하게 되었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제조부문의 혁신을 통한 제조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우명수 LG하우시스 울산주재임원(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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