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18 미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 1회 역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불과 1년 전만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혹자는 류현진(31·LA 다저스)의 투수 생명이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주장도 했다.

2015년 어깨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올 초까지도 재기 여부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미국 현지언론은 근육과 인대, 신경이 그물처럼 얽혀 있는 어깨 수술을 받은 투수가 예전 기량을 회복할 확률이 7%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런 류현진이 2018시즌 초반 다저스 마운드에서 기적처럼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2년간 수술 후유증에 시달렸던 류현진은 올 스프링캠프에서도 안정적인 내용을 보여주지 못해 제5선발로 밀렸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처럼 자존심이 크게 상할 일이지만 구단의 냉정한 평가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시즌 첫 경기 역시 미흡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마운드에 올라 3⅔이닝 동안 5피안타로 3실점 한 뒤 강판됐다.

패스트볼은 힘이 없었고 변화구는 밋밋하게 떨어져 계속 선발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왔다.

무엇보다 볼넷을 5개나 남발한 게 큰 문제였다.

왠지 자신 없는 표정으로 도망가는 피칭을 하다 4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류현진은 당일 경기 뒤 “괜히 어렵게 승부하다가 볼이 많아졌다”고 후회했다.

투수가 어렵게 승부한다는 것은 사실 자신이 없다는 말이다. 자신의 공에 자신이 있으면 굳이 유인구를 던어깨수술 후 예전 기량 회복

건강한 몸 상태 입증땐

1억달러 이상 장기계약 가능

특정 팀·타자때 움츠러드는

투구 내용은 개선점 지적

질 이유도 없다.

22일 류현진과 맞대결을 벌인 워싱턴 내셔널스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비록 솔로홈런 두 방을 맞고 패전투수가 됐지만, 특급투수답게 1회부터 5회까지 공 10개 안팎으로 매 이닝을 마무리했다. 초구부터 계속 스트라이크로 공략하니 타자들도 서둘러 스윙할 수밖에 없었고 투구 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애리조나를 상대로 첫 경기를 망친 류현진은 11일 오클랜드전부터 확연하게 달라졌다. 17일 샌디에이고전, 22일 워싱턴전까지 내리 3연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을 1.99까지 떨어뜨렸다.

최고 스피드는 아직 전성기에 다소 못 미치지만 새로 익힌 투심과 컷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꽂아넣었고 체인지업과 커브의 낙차도 한결 커지고 예리해졌다.

다만 워싱턴전에서도 특정 타자만 만나면 다시 도망 다니는 모습을 보인 게 ‘옥에 티’처럼 아쉽다.

당시 볼넷 3개를 허용한 류현진은 브라이스 하퍼에게만 볼넷 2개를 기록했다. 하퍼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라고 해도 1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3볼-0스트라이크’로 몰리다 결국 거르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장타를 겁내 주자를 쌓아두면 오히려 대량 실점의 위기를 자초하는 꼴이 된다.

그런데도 기적처럼 ‘7%의 확률’을 이겨낸 류현진은 올 시즌 확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는 마침 LA 다저스와 6년 계약이 끝나는 시즌이다.

머릿속에만 감춰뒀던 ‘FA 대박’ 신화도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박찬호(45)와 추신수(36·텍사스 레인저스)에 이어 류현진이 대형 FA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우선 아프지 않고 한 시즌 내내 건강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그리고 특정 타자, 특정 팀을 만나면 움츠러드는 모습도 털어내야 자신의 몸값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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