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건널목 무리하게 건너다 관광버스 후미 차단기에 걸려

교사, 운전기사에 이동 요청·무궁화호 비상정차로 위기모면

▲ 울산시 북구 이화초등학교 인근에 설치된 철길 건널목. 지난 19일 학생들을 태우고 현장체험학습을 가던 버스가 건널목 차단기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태우고 현장체험학습을 가려던 전세 관광버스가 철길 건널목을 무리하게 건너다 차단기에 걸려 열차와 충돌 직전까지 가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버스에 타고 있던 인솔교사의 빠른 인지와 조치, 열차의 비상정차 등이 없었다면 대형참사가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여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24일 울산 북구 호계역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9시12분께 북구 중산동 이화초등학교 인근 철길 건널목 부근에서 부산 부전역을 출발해 동대구역으로 가던 무궁화호 열차가 비상정차를 했다. 인근 호계역과 열차에 이상 감지 신호가 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화 철길 건널목에는 45인승 전세 관광버스 후미 부분이 차단기에 걸려 있었다. 해당 버스는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울산대공원으로 가는 인근 이화초 1학년 학생과 교사, 운전기사 등 36명이 타고 있었다.

당시 버스 내부에 있던 인솔교사는 학생들의 안전띠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백미러로 차량 후미가 차단기에 걸려있는 것을 확인하고, 긴급히 운전기사에게 차량 이동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인솔교사가 조금이라도 늦게 상황을 파악했거나, 건널목 보안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접근중이던 열차의 비상정차가 없었다면 대형참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는 간신히 모면했지만 당사자들의 충격은 상당하다. 당장 버스 운전기사에게 차량 이동을 긴급히 요청했던 인솔교사는 임신중인 상황에서 당시의 충격으로 병가를 내고 학교를 나오지 않고 있다. 버스 안에서 학생들은 오롯이 열차가 오는 것을 보며 불안에 떨었던 것으로 알려져 심리적 안정도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당시 버스 운전기사가 차량이 차단기에 걸려있었는지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또 철길 건널목에서 무리하게 앞서 가던 전세버스를 뒤따라 건너려다 차량이 차단기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학생수송을 책임진 버스업체의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

학부모들은 세차례 비상소집 협의를 통해 회사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회사 안전매뉴얼 공개, 학생 심리 상담사 치료 지원 등이 담긴 요청사항을 버스업체에 전달한 상태다.

이와 관련 업체 측은 “당시 운전기사가 차량이 차단기에 걸린 것을 인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차량 후미 거의 끝부분이 차단기에 걸렸기 때문에 실제로는 부딪치지 않았을 것이라 보이고, 사고가 일어난 것도 아니다”며 “학부모 요청사항 일부는 터무니없이 과도하기 때문에 버스공제조합을 통해 보상 등을 처리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이번 일과 관련해 울산시와 교육당국도 사실관계 조사에 나선 상태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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