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덕과 공공선의 추구를 통해
사회통합·행복한 공동체 형성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만들어야

▲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미국 하버드 대학의 교수인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그의 저서에서 “정의란 미덕과 공공선의 추구”라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고 일부가 행복한 것이 아닌 더불어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주의를 지향할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과연 우리 사회는 얼마나 정의로운가?

얼마전 사임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19대 국회의원이 된 이듬해인 2013년 재산을 4억7730만원이라고 신고했는데 임기만료를 앞둔 2016년 3월에는 재산이 12억5630만원으로 증가했다. 후원금 계좌에 든 3억3772만원을 제외하더라도 4억4000만원 가량이 늘어난 것이다. 한 국회의원은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떼고 나면 통장에 찍히는 돈이 월 900만원이 안되므로 세비를 4년 내내 한푼도 안쓰고 모아도 4억원을 모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2016년 5월20일부터 독일·네덜란드·스웨덴 여행을 다녀왔으며 미국 유럽 출장에 동행했던 여비서가 또 따라갔다고 한다. 여비서의 여행경비를 포함해 전액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여행을 즐겼다. 그는 합리적이고 모범적인 시민단체로 평가되던 ‘참여연대’사무처장 출신이고 재벌저격수로 평가되었다고 한다. 과연 그 모습이 정의로운가?

요사이 한동안 소외되었던 서울의 대형 아파트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현대3차 아파트 전용면적 109.53㎡는 두달만에 최대 2억5000만원이 올랐다고 한다. 얼마전 필자의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그 지인은 아들과 딸을 각 시집·장가보내며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해 주었는데 그 아파트들이 몇 년 사이에 적어도 5억원 이상 각각 올랐다는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 구입은 부모를 잘 만난 덕이라고 하여도 몇 년 사이 그들에게 주어진 5억원의 불로소득은 과연 정의로운가?

며칠 전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사퇴했다. 포스코 회장직은 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급여도 많고 권한도 막강하다. 그런데 포스코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이기는 하지만 주인없는 회사라 정권이 바뀌면 포스코 회장은 물러나야 하고 정권에 맞는 사람으로 교체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이에 저항하면 사정당국에 의한 수사를 받게 되는 등으로 외압에 의해 강제로 해임된다. 이 또한 정의로운가?

홍일표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의 부인인 감사원 국장 장모씨가 미국 한미연구소(USKI)의 방문연구원으로 선정돼 1년간 국비연수를 가기에 앞서 USKI의 소장에게 메일을 보내 “자신이 USKI의 예산을 계속 문제삼아온 김기식 전의원 보좌관의 아내이므로 귀 기관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해 방문연구원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고 한다. 이 또한 정의로운가?

우리 사회에 권력이 있고 돈이 있는 상류층의 정의롭지 못한 편법과 반칙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권력을 견제하는 기능을 해야 할 순수 민간 시민단체 조차 예외가 아닌 것이다. 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재벌로 굳혀진 대기업의 독과점 체제는 경쟁할 필요가 없고 이를 물려받는 자녀의 ‘갑질’은 계속되지만 청년실업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노조 또한 과거 노동자의 정당한 몫을 착취당하던 시절과는 달리 생산성 이상의 거듭된 인건비 상승은 이제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 먹고 현대중공업 그룹과 같이 ‘일감 절벽’에 맞닥뜨려 노사의 공멸을 예감케하는 상황에까지 와 있다.

그 와중에 ‘미투운동’은 남성의 갑질에 의한 성적 고통을 감내해온 여성의 인권 회복 및 양성 평등 실현이라는 차원에서 신선한 ‘정의’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사회 지도층의 도덕성 회복을 시작으로 불공정 사회에서 사회 정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는 큰 흐름을 보여야 할 때이다. 내편과 네편을 가리기 전에 우리 공동체를 생각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결단을 해야 할 것이다. 마이클 센델 교수의 말처럼 ‘미덕과 공공선의 추구’를 통해 사회 통합이 이루어지고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가 형성되도록 기본가치를 두어야 할 것이다.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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