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과거 외국인들은 우리의 비빔밥을 음식쓰레기에 비유해 지저분한 음식으로 여긴 적도 있었다. 모든 반찬을 밥 위에 올려 뒤죽박죽 섞어 만드는 음식이 위생적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비빔밥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과 실제로 비빔밥의 맛을 본 후부터는 오히려 한국의 별미로 생각해 대표적인 관광식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빔밥은 먹기에 편하다. 우리나라의 학교급식이 시작되기 전인 80년대까지 도시락을 들고 다닐 때도 도시락에 밥과 반찬을 모두 한데 담은 후 양손으로 꽉 잡고 힘차게 흔들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비빔밥은 반찬을 이것저것 따로 집어 먹지 않고 한꺼번에 먹을 수 있고 반찬들이 하나, 둘 섞이면서 하나의 반찬으로는 결코 낼 수 없는 오묘한 맛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반찬이 없을 때 더 유용하다.

경영이론에 SWOT분석이라는 것이 있다. 기업의 강점(strengths), 약점(weaknesses), 기회(opportunities), 위협(threats)요인을 파악해 강점과 기회를 규명하고 강조하며 약점과 위협요소를 축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보다 나은 전략을 수립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하는 분석기법으로 상대와 나의 장단점과 시장의 흐름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완벽한 것은 없다. 비빔밥은 고기, 나물, 달걀, 참기름 등의 재료가 하나, 둘씩 합쳐져 색다른 맛을 낸다. 하나의 재료로는 맛과 영양이 완벽하지 못하지만 여러 식재료가 하나씩 모여 맛과 영양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된다.

도시락 비빔밥을 흔들 때 국물이 옆으로 새어 나오듯 여러 재료가 섞임으로 인해 초래되는 시행착오가 있기도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바는 맛있는 비빔밥의 완성이었다. 밥과 반찬들의 조화로 만들어지는 비빔밥은 하나의 반찬이나 재료라도 위생적이지 못할 경우 맛있는 비빔밥은 기대할 수 없고 그 비빔밥은 실패작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비빔밥의 재료들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작은 모임, 단체,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를 만든다. 다양함의 크기만큼 각자의 생각도 다르고 생각의 차이도 크므로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 목표는 구성원들 모두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이므로 서로의 다름과 다양함을 인정하고 조합을 잘 이루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세상의 재료가 되는 구성원들은 자신에게 더 엄격하고 신중해야 하며 자기반성과 성찰의 자세는 기본이 되어야 한다. 자신을 솔직하게 펼친 다음 문제점을 인식하고 서로의 장점을 수용하고 활용한다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정치에서도 논쟁은 필요하나 소모적인 논쟁으로만 끝나지 말아야 하며 자기반성과 수용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정치인들은 더 이상 자신의 단점을 억지포장하지 말아야 하고 도덕성은 당연시 되어야 한다. 외국인에게 음식쓰레기에서 맛있고 건강한 음식으로 이미지를 전환한 비빔밥처럼 우리의 정치도 세월이 지나서도 부끄럽지 않은 건강하고 성숙한 정치로 바뀌어야 할 때다.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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