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세계사적 전환기가 될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이다.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과 2007년 두차례 있었다. 세번째인 이번 회담은 그 무게감이 확연히 다르다. 우선 우리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그것도 우리측 ‘평화의 집’이 회담장소라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 할만하다. 더 중요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돼 있는 의제다.

사실상 비핵화가 남북 정상 차원에서 제대로 논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북한은 비핵화를 미국과 논의할 사안으로 여겼다. 우리도 껄끄러운 이슈를 대화 테이블에 올리려고 하지 않았다. 남북관계에서 확실하게 ‘운전석’에 앉는 셈이다. ‘평화체제 구축’도 중요한 의제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이는 비핵화가 전제될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결국 이번 회담의 성공 여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공동합의문에 어떻게 명문화하느냐에 달렸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초 문대통령 특사단과의 만남, 지난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이달 초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와의 회동 등에서 ‘조건만 맞는다면 비핵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2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중단하는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조건만 맞는다면’이라는 전제에 달려 있고 ‘군사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 등으로 보여지는 그 조건은 우리가 아닌 미국이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에서는 무리하지 않고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이루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자칫 성과에 급급해 ‘북한이 제재에서 벗어나려면 완전한 비핵화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국제사회의 일관된 입장’에서 벗어나서도 안 된다.

쉬운 일은 아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인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도 26일 브리핑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어느 수준에서 합의할지 참 어렵다. (비핵화 합의가) 남북간 회담에서 전부 완료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어서 더더욱 그렇다. 결국 가장 핵심은 정상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겨졌다”고 했다. 종종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성을 드러내온 김 위원장이 핵 사찰 수용, 주한미군 주둔 용인 등의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그것이 ‘판문점선언’에 담기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대한 모든 의제를 하나의 바구니에 담는 포괄적 합의’를 이루고 ‘평화’라는 새로운 역사를 시작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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