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성환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이런 저런 말들은 생략하고라도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들이 줄줄이 구치소로 들어간다는 것이 참 서글픈 일이다. 그들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왜 우리 사회는 이런 리더들 밖에 만들지 못했는지, 왜 우리는 스스로 이런 사람들을 선택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구치소로 수감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 때 그들 역시 꿈이 있었을 텐데 과연 그 꿈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졌다.

공자에게는 많은 제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꿈을 쫓으며 공자에게 배움을 청했다. 산둥성 ‘곡부’는 공자에게 배움을 청하기 위해 다양한 출신의 제자들이 수시로 공부하고 토론을 나누던 곳이었다. 그 곳에서 제자들은 고대 귀족의 음악, 예절, 활쏘기, 말 타기, 글쓰기 등 이런바 훌륭한 인재가 되기 위한 다양한 공부를 배웠다.

어느 봄날, 공자는 함께 공부를 하던 제자들에게 자신들의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병법에 능한 제자 자로는 자신은 전쟁에 능력이 있다며 한 나라의 군대를 책임지고 군사를 가르치면 누구보다 강한 군대를 만들 수 있다며 강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하였고, 또다른 제자 공소화는 외교에 능하니 나라와 나라가 만났을 때 그 역할을 제대로 하는 인물이 되고 싶다고 했다.

또 제자 염구는 자신이 행정에 능력이 있으니 나라의 백성들이 풍족하게 살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꿈을 말했다. 그들 옆에는 거문고를 치고 있던 제자 ‘증점(曾點)’이 있었는데 공자는 그에게도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증점은 부끄러워하며 자신의 꿈을 말한다.

“저의 꿈은 다른 이와 다릅니다. 저는 어느 저물어 가는 따뜻한 봄날, 봄옷을 차려 입고 강가에 가서 목욕하고, 그 옆 정자에 올라가서 봄바람 따뜻하게 쐬고, 황혼이 질 무렵 노래 한 곡조 부르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꿈입니다.”

생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증점의 꿈을 시시하다 여기며 그것을 꿈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할 것이다. 하지만 공자는 증점의 꿈을 들으며 “점아 나도 그렇게 하고 싶구나.”라고 답했다.

우리는 가끔 직업을 꿈으로 혼동할 때가 있다. 대통령이 꿈이라기보다는 어떤 대통령이 될지가 꿈이 되어야 한다. 그런 꿈을 꿀 줄 안다면 대통령이 되건 평범한 직장인이 되건, 예술인이 되건, 장사를 하더라도 한결 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지켜갈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꿈을 향해 나아가고 그 꿈을 이루고 싶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의 꿈이 돈이나 권력, 검찰청 앞 포토라인은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이며 위대한 현인 중의 한 사람인 솔론은 말했다. 사람은 죽기 전까지 절대로 자신이 행복한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다고. 이제 우리는 증점(曾點)과 같은 진짜 꿈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허성환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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