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라 울산 중구의원

정당의 비례대표로 울산중구의회에서 의정활동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1년이란 시간이 흘렸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키르기스스탄에서 울산으로 와 생활한 15년의 시간만큼이나 빠르게 흘러간 느낌이다. 무엇보다 구민과 다문화가정의 대표이자 중구의회의 일원으로서 기초의원의 사명과 역할을 하게끔 기회를 가지게 된 점, 감사하고 영광스러울 따름이다.

최근 우리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며 다양성의 바다를 순항하는 모습을 보면 한마디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듣고 낯설어 하는 나라, 키르기스스탄에서 한국에 처음 왔던 15년 전만 해도 다문화가정이나 이민자를 위한 지원이 제대로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세월의 흐름 속에 다문화가정을 위한 지원센터가 마련되고 한국어 수업과 가정방문을 통한 생활지도, 한국문화와 법 체험, 자녀양육법, 직업교육, 자녀들을 위한 언어발달 및 통번역지원서비스 등 낯선 한국에서의 정착을 위한 다양한 도움들이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면에는 아직도 우리사회가 ‘다문화’에 대한 인식부족과 소통부재가 만연해 있어 한번쯤 되짚어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먼저 다문화 가정이 지닌 문화적 차이로 인한 선입견과 편견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결혼이민자로 직접 느낀 점은 한국사회는 단일민족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지정학적 특성과 그로 인해 파생된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남북분단의 아픈 역사 속에서 한민족이란 개념이 더욱 강조되었고, 결국 이질적인 타문화에 대한 선입견과 배척의 씨앗으로 작용하게 된 원인이 아닐까 여겨진다.

사실 어떤 민족도 자신들과 다른 민족과 그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때문에 서로에 대한 이해와 지식, 그리고 진심과 정성을 담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외모와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의 다문화가족들은 이방인으로 치부돼 단순한 외로움과 소외감을 넘어 생존을 위협받는 공포감까지 느낄 만큼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울산에서 생활하는 외국 국적자는 1만7000여명에 이르고 결혼이민자의 자녀들도 4400여명에 달한다. 특히 이 아이들은 한쪽 부모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에 시달리고 ‘너희 나라로 가!’라는 안타까운 말을 들으며 편견 속에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아이들이고 우리 자녀들이다. 엄연히 한국국적을 갖고 있고, 한국음식을 먹으며,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의 승리에 환호와 열광을 보내며, 당당한 대한민국 군인으로 군복무에 임하는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들이다. 다문화 자녀들은 대한민국의 똑같은 국민으로 대접받을 권리가 있음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또 한 가지는 외국인 근로자나 이민자를 함께 협력해 나가는 우리사회의 동반자로 인식해주었음 하는 바람이다. 과거 한국에도 전쟁의 상흔과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간호사와 광부들이 타국 땅 독일에서 삶의 열정을 불태웠던 슬픈 근대사가 있다. 입장을 바꿔보면 베트남이나 중국의 외국인 산업연수생 혹은 근로자들 역시 낯선 땅 이곳 한국에서 그들의 가족과 조국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대한민국의 아버지,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외국인 근로자 역시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이자 귀한 자식으로 우리 한국에서 치열한 인생스토리를 써 가고 있다. 이들을 우리의 친구이자 동료,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길 간곡히 바라고픈 심정이다. 한국은 지금 세계로 나아가고, 세계는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소명이다. K-POP을 필두로 음식과 문화 등 다양한 한류가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흐뭇해하면서 정작 한국으로 몰려오는 세계화의 물결을 배척하는 이중적 잣대는 대한민국을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한국은 예로부터 정이 많고 손님을 귀히 접대하는 문화를 가진 민족이라 한다. 타인을 배려하고 우리라는 공동체가 행복을 누리며 살기 바라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름다운 땅이다. 한민족과 단일문화의 자긍심은 뿌리로 간직하되 다민족과 다문화를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을 가지로 삼아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란 달콤한 열매를 맺길 희망해 본다.

오세라 울산 중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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