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수 울산시 산업안전 전문위원 전 삼성비피화학 공장장(전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아시나요?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윌슨과 조지켈링에 의해 제창된 이론으로 ‘하나가 깨지면 모든 것이 깨진다’ 즉, 깨진 유리창처럼 사소한 문제들이 치명적인 큰 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1994년 뉴욕시장에 선출된 루돌프 줄리아니는 추락하는 뉴욕시를 재건키 위해지하철 낙서제거, 타임스퀘어의 성매매 근절 등 사소한 범죄 및 위반에 총력대응한다. 많은 사람들의 비웃음과 경멸은 당연, 그러나 뚝심있게 추진한 결과 강력범죄는 절반이하로 감소하고 썩은사과에 비유되던 뉴욕을 살만한 도시로 변모시킨다. 즉, 사소한 것이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라 대응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고, 큰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울산은 대규모 국가산단과 원자력발전소가 인접해있고 잦은 지진 등으로 인해 어느때보다 안전에 대한 관심과 염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전문가회의 및 세미나 등 관련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근본적이고 실효성있는 대책수립은 미흡한 실정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울산이 안전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선진 안전문화의 정착’이 절실히 요구된다. 법과 제도의 정비 및 대규모 투자 등은 정책당국자에게 맡기고 시민 개개인의 의식과 행동을 일깨우는 안전문화 켐페인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사소한 무질서를 용납치않도록 하여야 하겠다. 언제부턴가 우리사회는 반칙에 지나치게 관대한 사회가 되었다. 이는 잘못인식된 인권, 자율 등의 소산물로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하며, 교통법규 무시하는 오토바이, 화재발생시 막혀있는 비상구, 공사현장의 기본절차 건너뛰기 등은 대표적 깨진 유리창이라 하겠다. 둘째, 행동하는 양식, 즉 타인의 잘못을 지적해주는 무관심에서 탈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바로 깨진 유리창 발생을 사전에 막는 역할이다. 셋째, 타인을 위한 배려의 문화가 필요하다. 자동차의 횡단보도 일단정지, 방향지시등 켜기, 주차선 지키기 등은 또다른 깨진 유리창 예방이 아닐까? 미국의 부모는 자식들에게 남에게 양보하라 가르치고, 일본의 부모는 폐끼치지말라 가르치는데, 한국의 부모들은 남에게 지지말라 가르친다. 이제 우리모두 깊이 반성해야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의 안전문화 수준은 어떠한가? 아직도 사고가 발생하면 언론에서는 안전불감증이니 후진성이니 우리자신을 깎아내리는데 열중이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우리사회의 발전과 함께 안전문화도 많이 발전하였다. 다만 우리의 기대수준과의 갭(Gap), 선진국과의 갭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고 중요한 것은 우리의 역량은 충분하며 좋은 성공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그 하나가, 평창올림픽때 전세계가 칭송한 엄격한 총기관리로 대표되는 성공적 올림픽 치안이다. 별로 하는일이 없어보이는데 치안이 잘 유지되는 것, 이것이 바로 명품의 특징 아니겠는가? 또 하나는, 그린벨트를 들 수 있겠다. 원래의 취지에서 많이 훼손됐지만 세계적으로 단기간에 민둥산에서 산림녹화를 이룬 거의 유일한 성공사례이고 도시의 자연과 주변 환경보존의 일등공신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 두가지의 성공의 핵심은 ‘깨진 유리창’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즉 제도와 시스템을 간단·명확하게 하고 예외없는 철저한 시행이 바로 성공의 비결이었다. 우리는 이미 이런 성공DNA를 가지고 있는데 단지 우리 스스로 잊고 있었으니 이제 끄집어낼때가 된 것 같다. 울산, 나아가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우리들이 해야할일은 전시민 자발적 참여의 선진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우리주변의 깨진 유리창을 찾아서 하나씩 복구를 한다면 어느덧 선진안전문화가 정착될 터이고 안전한 도시 울산은 저절로 따라오리라 생각된다. 방법론은 앞서 제안한 3가지를 실천하는것으로 시작하면 어떨까? 사실 안전선진국도 제도·시스템은 우리보다 나을게 없다. 성숙한 안전문화가 차이날 뿐이다. 이제 전시민 자발적 참여의 깨진 유리창 복원운동을 적극 벌이자. 이를통해 위정자들에게 법과 제도 등 난맥상을 해결하라고 압력을 행사하면 어떨까?

고경수 울산시 산업안전 전문위원 전 삼성비피화학 공장장(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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