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운영시설 취업 기피등
사회복지 업무의 특수성 감안
복지사업 특례업종 제외 필수

▲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다. 노동절이라고도 부른다. 1884년 5월1일 미국의 방직공장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 등을 요구하면서 총파업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의 희생과 피해가 있었고 국제사회는 그 날을 노동절로 기념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처음에는 5월1일을 노동절로 기념해오다가 1963년에 3월10일로 변경하고 그 명칭도 ‘근로자의 날’로 변경, 기념해 왔다. 이후 1994년부터 5월1일을 근로자의 날로 지정하고 기념해 오고 있다. 군사정권시절 노동절이 근로자의 날로 변경돼 그 명칭에 관한 논란이 있으며 노동절로 재 변경하자는 의견이 탄력을 받고 있다. 아무튼 오늘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공공기관, 학교 등을 제외한 전 사업장의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공휴일 적용으로 인해 반드시 휴무를 해야 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 법정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한편 사회복지시설은 주된 사무가 공적이며, 전체 운영재원의 90%이상을 정부보조금이 차지하는 형태로 운영돼 법적으로 공공행정기관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공공기관처럼 근로자의 날을 휴무일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근로자의 날을 준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또 대부분의 사회복지법인과 시설도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해 운영규정에 명시, 시행하고 있다.

최근 노동가치, 인권, 국민 삶의 질 등이 강조되면서 지난 2월28일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특히 그동안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의 서면합의를 통해 주당 12시간 이상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고, 근로시간 중 휴게시간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었던 특례업종을 최소화(기존 26개 업종을 5개로 줄임)했다. 그동안 유연성을 두었던 특례업종을 최소화하겠다는 법 개정 취지는 적절한 노동시간에 상응하는 휴식 보장을 통해 노동자 인권과 삶의 질 향상을 꾀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당장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올해 7월부터 법적용이 시작되고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 시행을 거쳐 2021년에는 전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된다.

그동안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돌봄을 주된 사업으로 해오던 사회복지시설은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온 복지시설대표(사용자)와 사회복지사(근로자)간 합의를 통해 휴게시간과 근로시간을 별도로 운영해온 것이 관행이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장애인거주시설(생활시설)의 예만 보더라도 사회복지사가 한번 출근하면 48시간 또는 72시간 연속해 근무한 이후에나 퇴근이 가능하다. 이는 그동안 적은 정부보조금으로 장애인을 돌봐야 하는 현실이 사회복지사의 고단한 근로형태로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장시간 근로는 돌봄 케어의 질적 저하는 물론이거니와 노인, 장애인 등을 돌보는 24시간 운영시설의 취업 기피 현상을 가져왔다. 이는 사회복지사의 이직률을 높여 돌봄 관련 복지 전문직 발전의 저해 요인 중 하나로 손꼽혀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에 사회복지사업의 특례업종 제외는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로 여겨져 왔고 드디어 근로기준법 개정의 성과를 가져왔다. 마지막 방점은 예산확보에 달렸다. 전국에 24시간 운영하는 장애인 거주시설만 해도 650여 개소(정원30인 이상)가 있으며 1만5000여명의 사회복지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48시간 또는 72시간 근로형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3조 3교대 또는 4조 3교대 등 교대 근무를 편성해야 한다. 최소 5000명의 신규사회복지사 채용이 이뤄져야 한다. 한해 인건비로만 15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추가(확보) 돼야한다. 울산시의 장애인 거주시설도 이용정원이 30인 이상 되는 시설만 10곳, 그 이하의 소규모 시설도 10여 곳에 이르는 등 전체 20여 곳의 시설에 100여명 사회복지사가 증원돼야 한다. 단순 인건비 증액만 놓고 계산해도 연간 30억원 정도로, 울산시에서 부담해야 할 지방비만 해도 매년 15억에 이른다.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좋은 일자리 만들기 정책은 환영하는 바이지만 예산확보 과정에서 난관에 부닥쳐 정책 후퇴를 가져온다면 그 실망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어 여야를 떠나 선심성 공약들이 남발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업의 특례업종 제외로 인한 사회복지사들의 근로여건 개선과 돌봄 서비스 관련 예산확보가 잘 이뤄질 수 있을지 기대와 함께 우려도 더욱 커져만 간다.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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