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해상 민주평통 울산남구협의회장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

2018년 4월27일,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 판문점에 집중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렸다. 김 위원장은 북한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었으며, 문 대통령과의 악수장면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면서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됐다.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 땅을 밟고 국군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정상국가의 최고지도자로 인정받게 됐다.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행보로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 일원으로 본격 등장했다. 2000년과 2007년에 이어 11년만에 세 번째로 개최되는 정상회담의 의미와 무게는 어느 때보다 크고 무거웠다. 한반도 명운을 좌우할 만큼 중차대한 사안이 정상회담을 통해 어떻게 결정될지 매순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끝까지 지켜봤다.

사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잇따르던 불과 몇달 전 상황에 비추어보면 지금의 대화국면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전개였다. 그동안 북한이 여섯 차례나 핵실험을 했고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거의 완료한 상태였고 미국은 이에 맞서 스텔스기를 북한 영공 코앞에 전개하고 ‘코피 작전’(핵·미사일시설 폭격작전)가능성까지 흘리는 등 전례없는 강경대응으로 나왔던 게 불과 넉달전 모습이었다. 이런 점에서 남북정상이 만나 머리를 맞대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국면에서 벗어나 65년간 이어진 정전(停戰)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통한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쪽으로 방향을 크게 틀었기 때문이다.

양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평화협정 전환을 추진하기로 하고 단계적 군축을 실현키로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이 올가을 평양을 방문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통일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증폭되고 있다. 또한 동해선과 경의선의 철도·도로 연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공동활동 보장을 선언하고 남북경협사업 또한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북한리스크가 크게 완화될 경우 우리나라와 국내기업의 신인도가 높아지고 자본조달비용이 크게 낮아지는 등 금융, 외환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민간소비와 투자진작에도 도움이 되며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도소매, 음식 숙박 등 서비스업 활성화도 예상된다. 결국 북한리스크 완화는 경제안정화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과 성장률 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 지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당장 배가 고프고 힘드니깐 협상하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 점을 반드시 해소해야 할 것이다. 첫번째가 바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비핵화 과정에서 어떤 무기와 프로그램이 포함될 것이고 어떻게 검증받을 것이며, 어떤 보상을 원하는지 북한의 확실한 답변을 받아야 할 것이다. ‘대북협상’을 늘 공개적으로 진행할 순 없겠지만 향후 퍼주기 논란을 차단할 수 있도록 가급적 협상결과는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종전선언 후 연방제 중립국 창설’에 대한 달콤한 말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난 1990년 남예멘과 북예멘이 통일과정에서 봤을 때 남예멘이 북예멘보다 경제력이 우월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예멘에 무력흡수통일을 당한 점은 반드시 반면교사를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통일로 가는 문을 여는 계기를 만들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내딛을 때는 조급하게 뛰어가기보다는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살펴야한다. 통일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끊임없는 협상과 인내를 가지고 냉철한 판단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통일’을 염원하는 국민들이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우리 모두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

최해상 민주평통 울산남구협의회장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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