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밀친 사실만 인정…폭행 혐의 부인 의도로 해석
“회의 중단 업무방해 아냐, 내가 책임자”…경찰, 구속영장 검토

▲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논란을 빚은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가 경찰 조사에서 사실상 모든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2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조 전 전무는 폭행과 특수폭행,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 자신의 혐의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조 전 전무는 전날 오전 10시께 강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1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2일 새벽 귀가했다.

조 전 전무는 3월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업체 A사 팀장 B씨가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참석자들을 향해 뿌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 조 전 전무는 “음료가 담긴 종이컵을 사람을 향해 뿌린 것이 아니라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출입구 방향으로 손등으로 밀쳤다”고 진술했다. 

다만 조 전무는 종이컵을 밀치는 과정에서 음료수가 튀어서 피해자들이 맞은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폭행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사실관계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 혐의와 관련해 조 전무와 참고인·피해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 2명을 포함해 당시 회의에 참석한 13명 중 12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이들의 진술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회의가 중단된 데 대해 조 전 전무는 자신이 해당 업무에 대한 결정 권한이 있는 총괄책임자이고 본인 업무라고 주장하면서 업무방해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조 전 전무가 유리컵을 사람을 향해 던졌을 경우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추궁했지만, 그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유리컵을 던졌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아울러 경찰은 조 전 전무를 상대로 증거인멸이나 피해자를 상대로 한 회유·협박이 있었는지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그는 “대한항공 관계자와 수습대책을 상의는 했지만, 게시글(’물벼락 갑질‘ 폭로 글)을 삭제 또는 댓글을 달도록 하는 등의 증거인멸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조 전 전무와 대한항공 임원의 휴대전화를 검증한 결과 문자 메시지 등이 삭제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수습대책 회의에서 말맞추기나 정황이 있었는지는 계속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조 전 전무가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함에 따라 강제 수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수사를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와 녹취 파일 등 증거물, 피해자와 참고인 진술 그리고 피의자 진술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른 시간 내에 신병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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