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과 北, 美와 中이 지혜 모으고
협업을 통한 집단지능을 발휘해
전세계 평화를 위한 길동무돼야

▲ 이근용 와이즈유 빅데이터광고마케팅학과 교수

수많은 고개를 넘을 때는 길동무가 있으면 훨씬 수월하다. 고개가 깊고 험할수록, 그리고 캄캄한 밤일수록 더 그렇다. 길동무와 이야기하며 걷는 재미가 있기도 하고,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서로 의지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갑자기 산짐승이 나타날 수도 있고, 낙석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길동무가 많을수록 사주 경계를 하는데 유리하다. 길동무와 고개를 넘을 때는 서로 알게 모르게 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지루하지 않게 얘깃거리를 계속 끄집어내고, 맞장구를 치면서 기억을 도와주고, 때로는 어깨동무도 하면서 기운을 북돋아주다 보면 어느 새 높다란 고개도 훌쩍 넘어 있다. 길동무는 그래서 서로 신뢰할 수 있고, 죽이 잘 맞아야 한다. 길이 멀고 고개가 험할수록 더욱 그렇다.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에서는 협업, 즉 컬래버레이션이 중요하다. 이제껏 없었던 크리에이티브한 결과를 만드는 데는 협업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 즉 길동무를 잘 만나야 한다. 디지털 시대는 각 영역에서 지능과 재능을 가진 사람이 협업해서 공동 창작을 하고, 집단 지성이 힘을 발휘하는 시대이다. 과학과 예술이 만나고, 이종교배가 이루어지고, 경계를 넘나들며, 다른 성향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대이다.

지난 주 남북정상회담 만찬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길동무가 좋으면 먼 길도 가깝다’라는 북측 속담이 참 정겹다”라고 하면서 “두 정상은 이제 세상에서 둘도 없는 길동무가 되었다”고 했다. ‘한 가마 밥 먹은 사람이 한 울음을 운다’라는 다른 인용 속담도 있었지만 ‘길동무’라는 말이 들어간 속담이 시민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이후의 여정에 적합하게 느껴졌다.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살얼음을 걷는 듯하다’란 표현을 쓸 때도 있었지만 정부가 지금까지는 신중하면서도 담대하게 걸어왔고, 거둔 성과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앞으로 길게는 수 년 걸릴 평화 구축의 여정에 첫 시작은 잘 해냈다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이후 넘을 고개들 역시 어느 고개 못지않게 높고 돌발 변수가 많을 것이나 새로운 출발의 탄력과 협업의 힘으로 시민들의 염원에 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의 여정에 시민 모두 대담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한 두 사람보다는 열 사람, 백 사람의 지식, 지혜가 더 크고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MIT 미디어랩의 중추적인 인물이며 세계경제포럼의 빅데이터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이끌고 있는 알렉스 펜틀런드는 학문간 융합을 강조하면서 아이디어와 정보의 흐름이 어떻게 인간의 행동변화로 이어지는지를 이해하는 사회물리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펜틀런드는 한 사회가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회 내 아이디어 흐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디어 흐름이란 사례나 이야기에 의해서, 그리고 기업이나 가족, 혹은 도시와 같은 사회관계망을 통해서 아이디어가 확산되는 것을 말한다. 모든 사람이 협력하도록 만들기 위한 사회물리학적 접근방식은 개인적인 시장동기를 활용하거나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관계망 동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그들의 행동을 바꾸도록 만드는 대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관계망 동기에 집중하는 실례를,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빨간색 기상관측 기구들의 위치를 모두 찾아내는 ‘레드 벌룬 챌린지’에 참여해 성공한 경험으로 설명한다. 그가 선택한 전략은 관측기구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준 사람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풍선의 위치를 알려준 사람들을 끌어들인 관계망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길동무와 같이 고개를 넘는데는 협업과 집단지능이 요구된다. 한 사회 내 아이디어가 모든 구성원들에게 고루 활발하게 흐를 때 협업과 집단지능이 발휘된다. 결국 남북이 길동무가 되어 고개를 넘고, 남북미중이 더 큰 고개를 넘어가는데 아이디어, 데이터, 정보의 흐름이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말이다. 앞으로 사회 내 아이디어 흐름의 통로로서, 사회관계망의 조성자로서 미디어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크다 하겠다.

이근용 와이즈유 빅데이터광고마케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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