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하지왕이 구투야에게 말했다.

“왜와 손잡고 손쉽게 신라를 먹으려던 금관가야의 이시품왕은 광개토대왕의 함정에 빠진 것이오. 태왕이 놓은 덫에 너구리 왕이 걸린 것입니다.”

“어쨌든 광개토는 금관가야와 저의 가문의 철천지원수입니다. 반드시 제가 이 단검으로 죽이겠습니다.”

구투야는 금관가야 이시품왕에게 받아 간직한 비수를 품에서 꺼냈다. 금관가야 대대로 내려온 ‘사설도’였다. 날선 칼끝이 뱀의 혀처럼 두 개로 갈라져 독을 바르면 마치 맹독의 뱀이 무는 것처럼 되어 절명하게 된다.

하지왕과 구투야는 평양을 지나 마침내 목적지인 국내성으로 들어왔다.

구투야는 그의 고리눈에 어린 살기가 되살아난 듯했다.

‘마침내 광개토의 숨결이 느껴지는군.’

하지왕은 처음 산적두목 구투야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구투야는 고리눈을 번들거리며 ‘죽일 사람이 한 명 있다’고 말했었다.

“지금은 지나가는 과객들의 봇짐을 털어 먹고 살지만 당신이 타고 있는 그런 좋은 말과 여비가 마련되면 국내성으로 가 죽일 사람이 한 명 있지.”

“그가 누구요?”

“바로 광개토야. 그놈은 암살이 두려워 잘 때도 차례대로 한 눈은 뜨고 한 눈은 감고 잔다고 한다지?”

하지왕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암살을 두려워하는 왕이 일부러 흘린 소문이겠죠. 제가 암살이 어렵다는 건 우선 광개토왕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또한 왕은 최고의 호위무사에게 둘러싸여 있는데요.”

“언젠가 기회가 올 거야.”

헌데 이제 구투야에겐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고구려 도읍 국내성의 왕궁인 환도성은 늦가을 비에 스산하게 젖어 있었다. 국내성은 거대한 위용과는 달리 국읍은 광개토태왕의 병 때문에 큰 근심에 잠겨 있었다. 동북아를 칼과 말로 호령하던 태왕은 원인모를 병에 걸려 몇 달 째 밥도 먹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비에 젖은 까마귀떼가 성벽에 줄지어 앉아 까악까악 울고 있었다.

태왕과 고구려 병사들이 가는 곳마다 태양의 광휘를 번쩍이며 승전보를 알리던 국조 까마귀가 흉조가 되어 국내성은 까마귀의 소리로 가득 찼다.

‘아, 삼족오의 눈부신 날개 짓이 그립구나.’

신과 같이 사해에 군림했던 태왕도 죽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시의가 침구를 하고 내약서 의원이 탕약을 끓여왔지만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마지막에는 그가 싫어했던 천녀를 불러 치병 굿판까지 벌였으나 오히려 병은 더욱 위중해졌다.

광개토왕은 마지막이 온 것을 실감하고 장화왕후에게 말했다.

 

우리말 어원연구

사설도: 蛇舌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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