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미란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좋아하는 도서의 분야나 주제가 비교적 명확한 편인데,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취미로 읽는 책들도 점차 업무와 관련된 것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라면 항상 나를 위한 생각 또는 나에 대한 생각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타인이나 관계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얼마 전에는 벨 훅스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라는 책을 읽었다. 읽기 전에는 페미니즘에 관해 모든 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한 책이라 여겼는데, 다 읽고 나니 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것이란 뜻이구나 하며, 새삼스럽게 제목을 되새김질 하였다. 모든 이를 위한 것, 모든 이를 이롭게 할 만한 것이라니,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너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를 위한 것, 또 무엇이 있을까. 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수히 많지만, 굳이 예를 하나 들어야 한다면 현대사회에 걸맞는 진정한 리더십 역시도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와 타인, 우리 모두를 위한 리더십이란 무엇을 전제로 하며, 어떠한 내실을 지녀야 하는가. 리더십에 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리더십에 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리더십에 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누군가를 다스리고, 이끌어 가는 지도력을 의미한다. 또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인생을 이끌어야 할 존재이고, 동시에 타인과 함께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하는 사람이므로 리더십은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할 것이다.

둘째, 내가 이끌어야 할 이는 나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에서 모두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이다. 동시에 이들은 부모나 스승, 상사 등 그 역할이 무엇이든 간에 적어도 자기 삶의 주체로서 리더인, 또는 리더가 되어야 할 사람이다.

셋째, 리더십은 무리하게 끌어당기거나 사람을 현혹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끄는 것이다. 조기숙 교수의 <여성과학자의 글로벌 리더십>에는 변혁적 리더십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변혁적 리더란 높은 도덕성을 갖춘 사람으로서 추종자에게 그들의 높은 이상을 만족시킬 만한 영감과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스스로를 따르도록 만드는 리더라고 한다. 즉, 나조차 이끌지 못할 위협적인 태도나 달콤한 말로는 타인을 이끌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떠한 관계 내에서 리더로서의 나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또는 조직 내에서 더 큰 존재가 되고 싶다면,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이란 말을 잘 새겨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를 이롭게 할 리더는 나만큼 타인도 소중함을 알고, 자신부터 바로 설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면서 스스로를 가꾸는 사람이어야 하고, 누군가의 성장과 발전을 느긋한 마음으로 지켜보되, 본인의 역할이 필요할 때에는 언제든 올바른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놓지 않고 관계를 유심히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생각건대, 리더십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고, 리더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배미란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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