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른을 공경하는 마음 ‘孝’
인간이 지켜야할 최고의 덕목
가족간 사랑·행복의 밑거름

▲ 이호진 세민병원 부원장

5월은 가정의달이라 불린다.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에 이르기까지 가정을 이루는 구성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만드는 기념일들이 5월에 모두 포함된 까닭이다.

그중에서도 부모에 대한 효의 의미를 되새기는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우리의 효 문화를 되돌아보게 된다. 갈수록 효를 중요시 여기는 개념이 흐려지고, 인륜에 반하는 패륜 범죄가 극성을 이루는 작금의 상황은 백행의 근본이라는 ‘孝’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유교사상에서 효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최고의 덕목이었다. 증자는 <효경>을 통해 자신의 스승인 공자의 효 사상을 널리 알렸는데, 그에 따르면 공자는 “효는 덕의 근본이며 가르침이 생겨나는 근본이자 하늘의 법도이며 땅의 의리이며, 백성의 행할 길”이라 하였다. 맹자 역시 “섬기는 일 중에서 무엇이 가장 큰 것인가? 부모를 섬기는 것이 큼이 된다”고 하면서 효가 인(仁)을 행하는 근본임을 강조하였다.

孝라는 한자를 들여다보면 늙은이 노(老)라는 글자와 아들 자(子)가 합쳐진 모양으로, 자식이 어버이를 떠받드는 형태를 하고 있다. 자식이 어버이를 봉양하는 것을 의미하는 이 孝라는 단어는 단순히 물질적, 경제적으로 부모를 편안하게 모시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송강 정철의 ‘훈민가’에는 “아버님이 나를 낳으시고 어머님께서 나를 기르시니, 두 분이 아니셨더라면 이 몸이 살아 있었겠는가”라는 구절이 나온다. 즉, 부모는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한 뿌리이자 근본이며, 이러한 부모에게 효를 행하는 것은 부모의 사랑을 공경하고 보답하는 자식의 도리이자 자식들에게 덕을 받게 하는 덕목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우리에게 ‘효’가 갖는 의미는 빛 바란지 오래이다. 효는 가족들이 사랑으로 뭉칠 수 있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다. 웃어른을 향한 공경의 마음인 효는 우리 사회의 제1가치이자,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덕목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부모는 철저하게 노후를 준비하고, 아프지 말아야 하며, 늙어서도 돈과 어느 정도의 사회생활을 영위해야만 자식들로부터 대우받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것이 오늘날의 이상적인 부모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효도는 셀프’라는 서글픈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자식들로부터 버림받는 부모가 증가하고, 독거노인의 수가 늘어나며, 자식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자식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부모 등 천인공노할 패륜 사건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비단 이렇게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평소에는 무관심하다가 어버이날이나 생신날과 같이 무슨 무슨 날만 되면 돈 봉투를 내밀거나 카네이션 한 송이를 달아드리는 것으로 효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우리네 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어떤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자식으로부터 듣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진심 어린 말 한 마디일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특별한 날에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전해져 가족 간에 웃음꽃을 피우는 밑거름이 되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의 인연은 하늘이 맺어주는 인연이란 말이 있다. 어렵사리 맺어진 부모와 자식의 연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효’를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

이호진 세민병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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