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동양종교, 특히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에너지 흐름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오래 전부터 인식해왔다. 명상은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을 늦추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물리적 생존을 지탱하기 위한 에너지의 소비를 최소화시킬 때 인간은 열반의 경지에 다다른다. 동양종교는 불필요한 에너지의 소비가 혼란과 무질서만을 가중시킨다는 것을 일찍부터 가르쳐왔다.”(제레미 리프킨 <엔트로피>)

급하거나 과격하면 쉽게 고장이 나거나 수명이 짧아진다. 엔트로피(entropy)의 증가속도가 가팔라지기 때문이다. 물리학에서 엔트로피는 무질서의 정도를 의미하며 시간의 흐름과 함께 증가한다. 무질서도가 정점에 달하면 개체는 소멸된다. 아인슈타인은 이와 같은 자연의 법칙(엔트로피의 법칙)을 ‘모든 과학의 제1법칙’이라 칭송했다. 엔트로피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증가만 할뿐 후퇴하는 법은 없다. 그러므로 생자필멸(生者必滅)이다. 그러나 엔트로피의 일방적인 증가는 고립된 시스템 속에서만 적용될 뿐 생명체와 같은 열린 시스템에서는 일반적으로 고스란히 적용되지 않는다(open system theory)는 주장도 있다.

“살아 있는 유기체는 끊임없이 자신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혹은 양의 엔트로피를 산출한다고 해도 좋다. 따라서 살아있는 유기체는 최대 엔트로피 상태, 즉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유기체가 죽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오직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음의 엔트로피’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생명이란 무엇인가> 에르빈 슈레딩거)

‘음의 엔트로피’를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증가속도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삶의 태도와 행동양식 모두 엔트로피의 증가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에너지의 흐름을 줄이는 것이다. 엔진이 가속될수록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급하게 설쳐대면 열효율은 떨어지고 엔트로피 증가속도는 가팔라진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천천히 살살하는 것이 좋다.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인 <김문찬의 건강지평>을 새로 시작합니다. 수많은 과학의 법칙들이 어떻게 우리 생활습관 또는 인체와 연관되어 있는지를 의학적 지식을 통해 알기 쉽게 해석해나가는 칼럼입니다. 독자여러분의 관심을 당부드립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