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남구문화원 스토리제작팀이 직접 그린 장생포 지도.

마을 지켜온 주민들 목소리로
살아숨쉬는 지역생활상 담아
포경금지 이후 활기 사라졌다
개성있는 관광콘텐츠 재조명
장생포를 살리는 스토리의 힘!

고래가 떠나간 마을, 울산 남구 장생포가 구구절절 엮어지는 스토리의 힘으로 다시 살아난다.

울산남구문화원(원장 김성용) 문화마당 새미골이 장생포마을 문화특화지역(문화마을형) 사업의 일환으로 주민들과 함께 스토리텔링북을 출간했다. 책 제목은 <천지먼당을 품은 마을, 장생포>다. 유혜미씨가 글을 쓰고 이신영·박재영씨가 사진을 찍었으며 주민과의 채록사업은 (사)인문사회연구소가 진행해 완성했다.

 

마을이름 장생포는 마을에 장승이 많아서, 혹은 세로로 길게 뻗은 포구의 모양이 마치 장승을 닮았다하여 붙여졌다. ‘천지먼당’은 장생포 하늘아래 첫 산이다. 신명신사 터가 남아있는 바로 그 자리다. 그 곳에 올라서면 만천하가 한 눈에 다 보였다고 해 붙여졌다.

장생포는 1970년대 말까지 고래잡는 포경업의 선두기지였다. 골목길을 돌아다니는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부유했다. 마을의 운명을 바꾼 건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 상업포경금지령이 시작되면서부터. 더이상 고래를 잡을수 없게되자 마을은 경제력을 잃어갔고, 활기가 멈췄으며, 최근까지 ‘육지 속의 섬’으로 고립돼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고, 오래된 포구의 정취가 새로운 문화관광콘텐츠로 각광받게되면서 이 마을은 예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이른바 ‘도심 속의 보물섬’으로 또다른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 <천지먼당을 품은 마을, 장생포> 책 속에 수록된 마을 전경과 옛 사진들.

책속 내용은 장생포 주민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장생포의 지형을 고래의 머리, 심장, 배, 등, 꼬리 등으로 구분한 뒤 각 공간을 돌며 채록한 희노애락 애환의 이야기를 정겹게, 때로는 눈물겹게 풀어낸다. “내이름은 몰라도 동방창고 아저씨라 카면 다 안다”(이상호) “옷장사, 쌀장사 전부 우리집이 즈그 집인 줄 알았다”(김송옥), “장생포 연안다방은 울산에서 젤로 먼저 생긴, 울산1호 다방 아이가”(김정숙), “한성냉동공장 구석구석, 내 손길 안 미친 곳이 엄따”(김하순), “부산으로 간다간다 하면서도 40년째 몬가고 있다”(김애자), “없는 거 없는 만물점이라고 연쇄점이라 안캤나”(이양숙).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속으로만 감춰오던 온갖 마을 이야기가 끊이지않고 흘러나온다.

▲ <천지먼당을 품은 마을, 장생포> 책 속에 수록된 마을 전경과 옛 사진들.

길마다 삶의 향기가 짙게 묻어나는 장생포. 마을에는 오랜 삶의 터전과 이야기를 지켜 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꿈과 바람으로 오늘도 바다는 눈부시게 푸르다. 남구문화원은 스토리텔링북 제작은 크게는 14명 주민들의 삶을 수록한 것이지만 그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그 보다 몇곱절은 더 많다고 했다.

▲ <천지먼당을 품은 마을, 장생포> 책 속에 수록된 마을 전경과 옛 사진들.

심영보 남구문화원 사무국장은 “마을의 자원, 공간 조사, 스토리텔링 활용방안 수립에 관한 계획을 자원 데이터베이스화를 시작으로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스토리텔링 전문작가의 집필과정을 거치는 등 지난 삶의 이야기들을 알리는 일련의 작업을 거치게 됐다”며 “앞으로 장생포의 과거와 현재 마을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형식으로 담아내겠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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