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조종사 복장 350여명 참석…시민 150여명도 가세
‘우리가 주인’ 한목소리…조만간 2차 집회 예고

▲ 대한항공 직원과 시민들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물러나라 조씨일가! 지켜내자 대한항공!” 대한항공 직원들이 한진그룹 총수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을 규탄하고 경영 퇴진을 촉구하기 위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조씨 일가 욕설 갑질, 못 참겠다 물러나라!”, “자랑스런 대한항공, 사랑한다 대한항공, 지켜내자 대한항공!” 등을 외치며 조씨 일가에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이날 대한항공 직원들은 회사 측의 참석자 색출을 방지하기 위해 저항시위의 상징인 ‘가이 포크스(Guy Fawkes)’ 가면이나 마스크를 쓰자고 서로 제안한 상태였다.

집회 시작을 30분 앞둔 오후 6시 30분까지만 해도 세종문화회관 계단에는 가면이나 마스크를 쓴 사람이 없었고 일반시민들만 보였다. 취재진 사이에서는 ‘몇 명이나 올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6시 33분께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남녀 2명이 처음으로 계단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구경 온 시민들 사이에서는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1분이 채 안 돼 가면 쓴 참가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 이내 10명, 20명, 50명으로 참가 인원이 단숨에 늘어날 때마다 이들은 서로를 박수로 격려했다.

‘가면·마스크 부대’는 집회 시작 시각인 오후 7시가 되자 150여명에 달했고, 오후 7시 30분 기준 350명까지 늘어났다.

가면을 쓴 참가자 가운데는 승무원복·조종사복·정비복 등 각자의 근무복을 입고 온 대한항공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LED 촛불을 손에 들고 ‘아! 대한민국’, ‘떴다 떴다 비행기’ 등을 개사해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 일반시민도 150명가량 함께 앉으면서 집회 참가 인원이 총 500여명에 달했다.

참가자들처럼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사회를 본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 박창진 전 사무장은 “우리는 대한항공을 음해하려고 온 게 아니라, 대한항공이 내부 직원과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되게 하려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직원은 아니지만 힘을 보태러 왔다는 한 시민은 “지난겨울 촛불로 정치권력을 바꾼 것처럼, 갑질하고 물컵 던지는 경제 권력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시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대한항공 직원들을 독려했다.

대한항공 현직 직원들은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린 탓에 집회 초반에는 무대에 나서서 자유발언을 하지 못하다가, 용기를 낸 현직 직원들이 한두 명씩 앞으로 나서기 시작하자 발언이 계속 이어졌다.

민트색 승무원복을 입고 가면을 쓴 한 승무원은 “썩은 곳이 있으면 도려내야 하고 쓰레기통이 차면 버려야 한다”며 “우리가 열심히 일해 만든 대한항공의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든 것은 경영진이다. 전문 경영진이 와서 이미지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갑질 제보 카톡방’에서 ‘무소유’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다는 현직 승무원은 “조씨 일가를 물러나게 하지 못하면 그들은 내년이나 내후년에 더 강도높은 노동으로 복수할 것”이라며 “대한항공 주인은 직원이라는 것을 조씨 일가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합심하자”고 말했다.

박창진 전 사무장은 제보 카톡방을 만든 닉네임 ‘관리자’의 발언을 대독했다. ‘관리자’는 “참석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면서 “우리 모두 대한항공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끝까지 함께하자”고 했다.

박 전 사무장은 “일주일 이내에 2차 집회를 열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회사가 채증할 수 있으니 개별적으로 귀가하라”며 카톡방에 공지됐던 집회 지침을 공지했다. 참가자들은 ‘아침이슬’을 합창하며 해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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