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한달여 남겨둔 시점서도
블랙홀마냥 북한문제가 사회이슈 선점
자칫 지방선거 주요사항 놓칠까 우려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남북정상회담이 곧 통일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작년 말까지도 한반도에 험악한 일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커녕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에 대한 전망이 어려울 정도로 미국과 북한이 충돌하고 있었고, 모든 국제적 상황이 ‘한반도에서 큰일이 터질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었다. 그런데 올 초 김정은의 신년사로부터 시작된 상황의 급변은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이제 북미 정상회담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사회에서 북한 문제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에는 6·15 남북공동선언 당시처럼 당장 통일될 것 같이 감격한 사람들도 눈에 자주 띠었다. 북한 문제가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대한민국의 모든 것은 아니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그 이외의 모든 분야를 통틀어 북한 문제가 우리 국민들의 판단에서 거의 전부를 차지하게 된다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지난 선거들 같았으면 지방선거를 40일도 채 남기기 않은 시점에는 각종 정책 쟁점들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차지하고 여야 간에 날카로운 정책토론과 공약경쟁이 치열했을 것이다. 그런데 2018년의 지방선거는 비핵화를 둘러싼 북한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선거운동이나 토론도 없이 흘러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사실 현 정부가 출범하고 난 이후 거의 모든 정책이 어려움에 봉착해 왔다.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엄청난 세금폭탄을 동원한 시장규제 뿐이었다. 주택 공급정책을 정비하고 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정책 제시는 거의 없었다. 실업문제는 정권 초기 대통령 집무실에 상황판을 설치하고 매일 진행상황을 점검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다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악화되었고, 심지어 정권 출범시보다 못한 상황이 되었다.

각종 대형화재와 선박사고가 빈발하면서 새 정부에서도 결국 제대로 된 위기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랐고, 비닐 수거 문제를 둘러싼 쓰레기 대란 때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정책부서들 간의 책임전가로 제대로 된 해법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금감위원장 인사를 둘러싼 인사검증 난맥상이 드러나고, 소위 ‘드루킹 사건’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상의 여론조작 범죄와 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던 여권 유력인사에 대한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지지율 조사에서는 약간의 부침이 있었을 뿐 늘 경이적인 지지율이 기록되었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언제나 60% 후반대를 유지했고 남북정상회담 직후에는 80%를 상회하는 결과도 나왔으며, 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50%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야당이나 야권 유력인사들에 대한 지지도는 늘 바닥을 기었다.

왜 여권에 대한 비판적 내용만 제시하느냐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기존 정책추진에 있어서 집권당에 전적인 책임이 있고 정책선거는 그에 대한 평가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현 집권당이 야당인 시절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한달 여 남짓이면 6월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 다가온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어떠한 후보들이 출마했으며 그들이 내놓은 정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꼼꼼이 따져볼 시간도 바쁜 일상으로 인해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북한 문제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적 상황이 계속된다면 자칫 지방선거에서 중요한 점들을 놓치기 쉽다. 그러면 국민들의 주인된 권리는 무시될 위험이 커진다. 북한 문제가 우리 국민들의 모든 문제가 되면 안된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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