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규홍 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장

“샴푸 들어가실게요”라는 말을 쓰는데 이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미장원에서 미용사가 하는 말이라고 한다. ‘샴푸가 들어가신다?’ 샴푸가 어디로 들어가는지. 그것도 샴푸를 극진히 높여서 ‘들어가신다’고 하니 샴푸가 무슨 지체 높은 사람이라도 되는 것인가. 참으로 이상한 말이다.

‘~ㄹ게요’는 ‘행위자(말하는 사람)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거나 의도하는 의미’인 ‘~ㄹ게’를 손위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저가 할게요’와 같이 쓰인다. 따라서 행동하는 주체를 높이는 ‘~시~’와 말하는 사람이 행동하는 ‘~ㄹ게요’는 결코 같이 쓰일 수가 없는 말이다. 그것은 ‘저가 하실게요’와 같이 이상한 말이 되고 만다. 그것도 행위자가 사람이 아니고 사물이 되니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체중 재실게요’란 말도 체중을 재는 사람인 간호사 스스로 높이는 해괴한 말이 된다. ‘체중 재겠습니다’나 ‘체중 잴게요’라고 하면 된다. ‘샴푸 들어 가실게요’는 정확하게 말하면 ‘샴푸로 머리를 감겨드릴게요.’가 된다. 이 말이 길면 적어도 ‘샴푸해 드릴게요.’ 정도는 될지 모르겠다. 이것도 ‘삼푸하다’라는 말이 없기 때문에 어법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머리하다’가 가능하니 이 정도로 이해는 할 수 있다.

어떤 미장원에서는 ‘머리감는 것’을 ‘샴푸들어가다’라고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말은 ‘주사 들어가실게요’ ‘부황하실게요’ ‘내려오실게요’ ‘옷 내리실게요’와 같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이런 말들은 주로 병원이나 서비스 업종에서 쓰이며 그것도 남성보다 여성들이 많이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말들을 왜 쓸까. 그것은 아마 행위자가 손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는 지나친 배려에서 나온 말인 듯싶다. 주인이 손님에게 무엇을 요청하거나 명령을 하면 상대가 혹시나 마음이 상할까 해서 상대에게 명령하는 것을 피하고 자기가 어떤 행위를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높임을 나타내는 ‘-시-’를 붙여서 상대에게 상대를 높이고 있다고 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내려오실게요’가 아니라 ‘내려오십시오’, ‘내려오세요’라고 하면 된다. 말을 바로 해야 정확한 의사전달이 가능하다. ‘내려오실게요’라고 해서 안 내려가거나 혹시 무슨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당신이 내려오라고 하지 않았다고 하면 무엇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커피 나오십니다.’, ‘옷이 곧 오십니다.’와 같이 물건을 높이는 해괴한 말은 이제 제발 쓰지 말았으면 한다. 아버지에게 높이는 ‘-시-’를 커피나 옷에 사용하면 ‘커피’가 자기보다 손위인 아버지와 같이 취급하는 꼴이 되는 셈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사람과 동물, 사물을 각각 구별하는 말을 썼다.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쓰는 호칭과 일반 사람에게 쓰는 호칭도 달랐다. 그것이 우리 조상의 지혜였고 문화였다. 오늘날 이런 말의 질서가 무너지니 예의도 무너지고 생각도, 행동도 혼란스럽게 된 것이다.

바른 생각에서 바른 말이 나오고, 바른 말에서 바른 행동이 나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임규홍 경상대학교 인문대학장, 국어국문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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