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림이나 글로 기록한 내용을 접하는 방법과 오감을 활용해 체득하는 방법이다. 기록된 역사는 대대손손 기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감을 활용해 체득하는 것만큼 실효성을 가지지는 못한다. 현장을 누빈다는 것은 곧 살아있는 과거와 현재의 생생한 현장을 맛본다는 의미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울산옹기박물관에서는 전국옹기공모전시가 개최된다. 공모전은 울산옹기축제추진위원회가 옹기를 널리 알리는 방안을 구상하다가 제안된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공모전 작품은 옹기장인의 성격이 반영되어 있을 뿐 아니라 옹기 특징이 한데 모여 있다는 점에서 생생한 현장경험을 안겨다 준다. 전통적인 취지를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의 멋을 찾아내어 우리만의 정서적 가치를 심미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이승빈의 10말 겹오가리. 제5회 대한민국옹기공모전 대상작.

이번 공모전에서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은 ‘10말 겹오가리’로 옹기의 전통성과 현대적인 감각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품격 있는 조형미, 둥글고 풍만하게 벌어진 어깨선, 네 개의 손잡이가 자연스레 어우러져 세련미를 드러냈다. 전라도 특유의 판장쌓기기법을 이용하여 전통성을 부각하였고, 손잡이와 연봉 뚜껑은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장인들조차도 다루기 어려운 부분을 기술적으로 유감없이 발휘하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모전은 낯선 문화적 경험을 통해 문화적, 시대적 특성을 자연스레 이해하고, 현재와 미래의 방향성을 궁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옹기문화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계기가 된다. 공모전 작품을 감상하면서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전통의 뜻을 기리며 전승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이 아닐까.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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