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언어차에도 현기증 느끼는데
남북한 언어문화의 이질감 자못 클듯
언어차이 극복위해 슬기로운 대비를

▲ 최연충 울산도시공사 사장

공자는 나이 60이 되어 스스로 도달한 경지를 ‘이순(耳順)’이라고 일컬었다. 남의 말을 들으면 바로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한다는 뜻이다. 물론 일평생 끊임없이 수양하고 학문을 갈고 닦아 성인의 반열에 오른 분이라야 이를 수 있는 경지이다. 필자와 같은 평범한 생활인으로서는 언감생심이다. 가만히 스스로를 돌아보면 이순은 고사하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남의 말을 이해하고 서로 뜻을 통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물론 공자 시대와는 달리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 탓도 있긴 하다. 예컨대 음악만 하더라도 7080콘서트를 듣고 있는게 편하지 빠른 비트 음악이나 힙합은 영 부담스럽다. 영화나 드라마도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스피디한 전개를 쫓아가자니 호흡이 가쁘고 판타지적 구성과 화면도 현란하여 눈이 피곤할 지경이다. 여기까진 그래도 견딜만하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호나 취미의 영역이니까. 그런데 일상 언어의 문제로 들어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언어는 소통의 매개이고 상대와의 교감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배가 지긋하신 분들은 요즘 세대들이 쓰는 말이 정제되지 않고 너무 우악스럽다고 혀를 차곤 한다. SNS상에서 떠도는 정체불명의 어법이나 표현들도 거슬리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은어는 또 어떤가. 요즘은 젊은이들이 쓰는 은어를 모르고서는 아예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다. 마음먹고 배우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자고나면 또 새롭고 기발한 은어가 넘쳐난다. 낄끼빠빠, 안습, 복세편살…정도까지는 그래도 어렵사리 따라가겠는데, 아예 한글 자모만 떼어쓰는 표현들에 이르면 시쳇말로 대략 난감이다. ㅇㄱㄹㅇ(이거 진짜?), ㅂㅂㅂㄱ(반박불가), ㅃㅂㅋㅌ(빼도박도 못함)이 무슨 뜻인지를 어떻게 알아챈단 말인가.

세대간 언어 차이도 이럴진대, 오랜 세월동안 단절되어온 남북한 사회에서 쓰는 언어 사이의 괴리는 오죽하겠는가. 한번 짚어보자. 지난 4월말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불과 몇개월 전만 하더라도 한반도 전쟁 위기설까지 파다했던 걸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대반전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였다고 평가하면서 그 성과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으로 이어지길 염원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궁지에 몰린 북한에게 숨통만 틔워주고 정작 북핵 폐기는 공염불에 그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아무튼 이제 남북관계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게 되었다. 공적 영역에서나 민간 차원에서나 앞으로 상호 접촉과 교류가 크게 늘어날 것인즉, 그에 따라 우리가 겪어야 할 문화적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북한에서 통용되는 언어, 풍속, 관습에서부터 각종 규범과 질서체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이 어색하고 당혹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특히 언어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가 될 터이다. 용어나 표현에서부터 생경한 점이 허다할 것이고, 이로 인해 심각한 소통 차질과 오해가 빚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남북한이 사용하는 언어중 일상어는 34%가 서로 다르고 학술용어 등 전문영역으로 들어가면 64%가 다르다고 한다. 남북의 의사들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서 같은 수술실에서 수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단순히 소통의 문제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다. 무릇 언어가 사고(思考)를 지배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말의 차이는 곧 사회 일반의 의식과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미리 슬기롭게 대비하지 않으면 자칫 우리가 꼭 지켜나가야 할 가치가 흔들리고 중심을 잃게 될 수도 있다. 결코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최연충 울산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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